노래자랑에 출연한 구청장 '백댄서'로 나선 간부 여성 공무원들

광주 북구청 3년 만에 똑같은 퍼포먼스…"자발 참여" 해명
해당 공무원들 당일 일정 '공무 수행'으로 출장 처리

지난 6일 광주 북구 동강대에서 진행된 KBS 전국노래자랑 광주 북구편 녹화 당시 문인 북구청장과 여간부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1.12/뉴스1

(광주=뉴스1) 박지현 기자 = 구청 여성 간부 공무원들이 '공익 목적 출장서'를 제출하고 노래자랑에 출연한 구청장의 '백댄서'로 나선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되고 있다.

13일 광주 북구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2시부터 4시 30분 사이 동강대학교 운동장에서 'KBS 전국노래자랑 광주 북구편' 녹화가 진행됐다.

문인 북구청장이 행사 도중 트로트 곡을 부르며 무대에 오르자, 여성 국·과장급 공무원 8명은 가발과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 문 청장의 백댄서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북구는 "해당 공연을 위해 사전에 간부급 공무원들의 자발적 신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흥과 박자를 고려해 여성 간부들이 무대에 서기로 했다. 당초 10명이 연습을 진행했으나 제작진의 안전상 제지로 8명만 최종 참여했다는 설명이다.

북구는 지난 2022년 전남대에서 진행된 전국노래자랑 녹화에서도 똑같은 장면을 보였다.

이번 무대에 선 공무원들은 행사 당일 일정을 '공무 수행'으로 출장 처리했다.

한 간부 공무원은 6일 오전 '전국노래자랑 녹화 행사 참석'을 사유로 출장 결재를 완료하고 오후 4시 이후 복귀했다. 또 다른 간부도 오후 일정으로 출장 처리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북구 관계자는 "관용차를 사용하지 않은 출장의 경우 4시간 미만은 1만 원, 4시간 이상은 2만 원이 지급된다"며 "식사비는 별도로 지급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 출장비는 아직 지급되지 않았다.

참여자들은 "지역 홍보와 구정 이미지 제고를 위한 활동이었다"고 해명했지만, 간부급 공무원들의 단순 공연성 무대 연출을 '직무 관련 공적 업무'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무원 복무규정은 '정규 근무지 외의 장소에서 공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은 해당 업무에 전력을 다해야 하며, 사적인 일을 위해 시간을 소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출장은 직무 수행을 위한 경우로 제한한다는 취지다.

A 북구의회 의원은 "광주 북구는 3년 전 녹화에서도 비슷한 무대가 있었고, 그때도 비판이 있었다"며 "출장 처리까지 됐다면 더 신중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대에 오른 여성 공무원들은 자발적인 참여였다는 입장이지만, 모두 여성 간부였다는 점에서 성인지 감수성 논란도 불거졌다.

손혜진 북구의원은 "자발적이라고 해도 젠더 감수성이 부족한 행동이었다"며 "조직 내 위계와 인식 문제를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정훈 의원도 "여성과장들만 무대에 오른 모습은 주민 눈에 곱게 보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구 관계자는 "무대 참여는 단순한 자발적 퍼포먼스였으며, 성별 구성은 우연일 뿐 의도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war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