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마, 잘할 수 있어"…선생님·후배 응원에 수험생 '눈물바다'
광주 설월여고 30년 이어 온 수능 응원 행사
계단·운동장도 응원문구 가득…수험생들 "3년 감회 새롭다"
- 서충섭 기자
(광주=뉴스1) 서충섭 기자
"수능 대박, 선배님들 파이팅."
수능 단체응원 문화가 사라져가는 가운데 광주 설월여고가 30년째 응원 행사를 갖고 수험생들을 격려했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12일 오전 광주 남구 설월여고. 예비소집을 위해 고사장으로 향하는 고3 수험생들이 학교 밖으로 나오자 떠들썩한 노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1~2학년 후배들이 선배들을 위해 마련한 행사다.
레드카펫 좌우로 도열한 후배들은 박수와 환호로 선배들을 응원했다. '선배님들 재수없어요', '너야 수능만점자' 등 응원 피켓에 수험생들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후배들은 "태양처럼 빛을 내는 그대여, 이 세상이 거칠게 막아서도, 난 너를 사랑해"(영화 '국가대표' OST)라는 '떼창'을 쏟아냈다.
풍선으로 만든 개선문에 선 수험생들은 '수능 골든벨'을 힘차게 울렸다. '땡땡땡' 소리가 날 때마다 후배들은 "수능 대박, 파이팅"을 외치며 환호했다.
교사들도 나오는 학생 한 명 한 명과 모두 손을 마주치며 응원했다. 선생님이 스펀지 왕관을 씌워주고 "잘할 수 있어"라고 격려하자, 밝게 웃던 학생들도 금세 눈시울을 붉혔다.
수험표를 받아 든 후 잔뜩 긴장한 수험생들은 교사들과 후배들의 진심 어린 격려와 응원에 만감이 교차한 듯 한참동안 발을 떼지 못했다.
김민영 양(3학년)은 "2년 동안 학생회를 하면서 수능 응원 준비를 해 왔는데 올해는 내가 후배들에게 받으니 기분이 이상하다. 감사한 마음"이라면서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힘을 북돋아 주고 감동적인 추억을 안겨주는 좋은 전통으로 이어져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학교 곳곳에는 수능 응원 문구가 가득했다.
운동장에도 '밤하늘의 별보다 더 빛나는 설월의 고3, 걱정하지마'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이 펼쳐지는가 하면 계단 층마다 '떨지 말고 실력발휘', '고생 끝 행복 시작'이라 적힌 후배들의 응원 글이 붙었다.
교사들도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30년간 교편을 잡은 위섭환 교사(60)는 "자식뻘인 아이들이 3년간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올해 수학이 어려울 것 같아 걱정이지만 다들 자기 목표를 이뤘으면 한다"고 격려했다.
그러면서 "점점 개인적인 성향이 강해지는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다 함께 뜻깊은 행사를 마련해 좋은 전통을 이어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광주서는 수능 당일 40개 시험장에서 1만 7731명의 학생이 시험을 치른다.
zorba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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