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북구 지역화폐 6일 만에 '완판'…다른 자치구 고전, 왜?

가맹점 확보 위한 지자체·소상공 노력 여부에 희비 갈려

광주 북구의 지역사랑상품권인 '부끄머니'의 모습.(광주 북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뉴스1) 이승현 박지현 기자 = 광주 북구가 발행한 지역화폐 '부끄머니'는 발행 시작 6일 만에 준비 예산 100억 원이 전액 소진됐다. 반면 광주지역 다른 자치구의 발행 성적표는 상대적으로 저조하다.

지역화폐 사용이 가능한 가맹점 확보를 위한 지자체와 소상공인 단체 등의 노력여부가 희비를 갈랐다는 분석이다.

1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3일 발행을 시작한 부끄머니는 전날 오후 3시 10분 기준으로 총 100억 원 규모의 예산이 모두 소진됐다. 영업일 기준 단 6일 만이다.

부끄머니는 지역 내 소비 촉진과 소상공인 매출 증대를 위해 도입된 지역화폐다.

소비자는 북구 관내 광주은행 전 지점에서 1인당 최대 50만 원까지 18%의 혜택을 받아 41만 원에 선불카드를 구입할 수 있었다.

판매 초반 50만 원권 선불카드에 수요가 몰리면서 일부 지점에서는 조기 품절 사태가 벌어졌고, 카드 입고를 기다리는 대기 행렬이 이어지기도 했다.

반면 지난 5일부터 같은 규모(100억 원)로 '광산사랑상품권'을 발행한 광산구는 저조한 판매율을 보이고 있다.

전날 기준 영업일 4일간 10억 9000만 원(10.9%)이 판매됐다. 북구에서 하루 평균 16억 원이 소진된 것과 비교하면 속도가 더딘 편이다.

광산구 지역화폐는 선할인 10% 혜택과 함께 8%의 추가 적립금을 제공한다. 특히 호우 피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어룡동·삼도동 주민은 최대 20%까지 할인이 가능하다.

지난 9월 22일부터 50억 원 규모로 '동구랑페이'를 판매한 동구는 현재 판매율 95.7%(47억 8600만 원)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날 30억원 규모로 '남구 동행카드'를 발행한 남구는 전날까지 절반가량을 판매했다.

북구는 광주에서 가장 먼저 지역화폐 도입을 추진한 자치구로 이미 올해 초부터 시민 인지도가 높았다. 면적이 넓고 인구가 가장 많은 자치구라는 점도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할인율이 18%로 같은 상황에서 성패를 가른 핵심 요인은 '가맹점 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구의 가맹점은 1만 9627곳으로 지역화폐를 발행한 4개 자치구 중 가장 많다. 반면 광산구는 3887곳, 동구는 3211곳, 남구는 905곳으로 북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광산사랑상품권 포스터. (광주 광산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역화폐는 사용처가 자치구 내로 한정돼 있기 때문에 가맹점이 많을수록 주민 편의성이 높고 발행률도 높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남구 동행카드는 발행 초기 봉선·무등·백운시장 등 전통시장 중심으로만 사용이 가능했다. 하지만 사용처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라 뒤늦게 골목형 상점가를 추가했다.

이와 달리 북구는 발행 전부터 상인회·전통시장·소상공인 단체와 협력해 가맹점 확보 캠페인과 현장 홍보를 적극 펼쳤다.

북구 관계자는 "부끄머니 홍보와 가맹점 모집에 신경을 많이 썼다"며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나가 학원 등 생활 밀착형 업종까지 가맹점을 확보했고, 포스터 등 홍보 효과가 더해져 예상보다 빨리 소진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시민 인식과 편리성도 영향을 미쳤다. 이미 광주상생카드 등 지역화폐는 광주은행에서 발행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

그러나 광산구의 경우 광주은행이 아닌 농협·신협·새마을금고 등 지정된 금융기관에서만 발급받을 수 있다.

광산구 관계자는 "다른 자치구에서는 광주은행을 주로 이용하다 보니 낯설다는 문의를 하기도 했다"며 "당시 광주은행 내부 사정으로 함께 추진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pepp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