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입고 등교 대신 학원 가는 아이들…'광주 대치동' 논란

봉선동 A 학원, 입학·졸업식에 정규 교육과정 모방
시민단체 "즉각 폐쇄"…학원 "유학갈 아이들 위한 시설"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로고/뉴스1

(광주=뉴스1) 서충섭 기자 = 높은 학구열로 이른바 '광주의 대치동'으로 불리는 광주 남구 봉선동에서 자녀를 학교 대신 학원에 보내는 사례가 있어 논란이다.

10일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에 따르면 봉선동 A 학원은 유아와 초등학생,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학원은 하교 후 등원하는 일반 학원과 달리 학교를 가지 않고 오전부터 등원해 정규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시민모임은 "학교 명칭을 쓰는 건 물론 오전 8시 40분부터 오후 3시 50분까지 영어, 중국어, 수학, 과학, 체육, 음악, 컴퓨터(코딩), 한국어, 한국사 등 다양한 교과를 가르치며 사실상 정규 교육과정을 모방해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교복 형태 단체복을 착용하고 급식실과 조리실, 대강당 등 학교와 유사한 시설을 갖추고 입학식, 졸업식, 운동회, 현장체험학습 등 학교와 유사한 행사를 하고 있다"며 "취학연령 아동이 정당한 절차 없이 학원에 다니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아동 교육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다"고 주장했다.

미취학 아동을 학교에 보내지 않으면 학부모에게 과태료 처분이 내려진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은 자녀를 학교에 입학시킨 후 장기결석 등 방법으로 해당 학원을 다니게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처럼 공교육을 이탈하는 일부 학부모들을 통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광주교육청은 올해 해당 학원의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에 따라 점검을 실시했다. 그 결과 학원법 위반으로 행정처분을 내렸지만, 유사학교로는 판단하지 못했다.

시민모임은 "A 학원에 대한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특별점검을 실시하라"면서 "불법 운영 시설을 즉각 폐쇄하고 수사 의뢰하라"고 촉구했다.

광주교육청 관계자는 "내용을 확인하고 대응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학부모들이 학교를 보내지 않고 학원을 보내는 행태는 인지하고 있으나 규제할 방법이 마땅찮다"고 전했다.

A 학원은 이 같은 지적에 "유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의 적응을 위한 공간"이라고 해명했다.

A 학원 관계자는 "교육청에 보육보습과정과 학원보습과정으로 등록된 어학원이다. 다만 영어유치원이라는 명칭을 썼다가 지적을 받아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zorba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