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소재 글로벌 반도체 팹 많아"…해남 '반도체 클러스터' 안 되나
서왕진 의원 "5극·3특 정부정책, 균형발전 기조 정면 위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망 구축 해법 없어"
- 박영래 기자
(광주=뉴스1) 박영래 기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수도권 집중 투자는 정부 스스로 내세운 '5극·3특 성장엔진' 정책, 균형발전 기조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일이다."
지난 24일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종합국감에서 나온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의 발언이다. 서 의원은 "수도권 초집중에서 분산형 국가전략으로 나아가자"면서 대표적인 모순 사례로 수도권에 초집중된 반도체 전략의 구조적 한계를 들었다.
서 의원은 "정부는 562조 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를 용인에 몰아넣는 전략을 추진 중"이라며 "그러나 16GW 전력 수요, 송전선 갈등, RE100 리스크는 이미 예견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도권 1극 외 나머지 '4극·3특'에 대한 구상이 필요하며, 남부지역에서 용인으로 가는 고압 송전선 건설 문제도 철저히 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에 앞서 용인 메가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여론은 꾸준히 확산해 왔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전남 해남에 조성 중인 '솔라시도'가 부상하고 있다.
28일 산업계 등에 따르면 '용인 첨단 시스템 반도체 국가산업단지'에는 삼성이 약 360조 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에는 SK하이닉스가 약 122조 원을 투자해 메가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게 된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에 대한 시급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수도권에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것은 이재명 정부의 국가 균형발전 정책과 어긋난다는 게 그 이유다.
반도체 팹(Fab·실리콘웨이퍼 제조 공장)은 막대한 에너지와 물이 필요한 산업이다. 용인 메가 반도체 클러스터는 최대 16GW(원전 16기 생산 전력량)의 전력과 하루 167만 톤의 용수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에 대한 뾰족한 해결책은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용인에서 사용할 전력의 대부분을 서남해안에서 생산한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기 위한 대규모 송·변전 설비계획을 확정하고 추진 중이다.
다만, 선로가 지나는 대부분 지역이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라 전남 해남을 비롯한 서남해안에서 생산한 신재생에너지를 보내는 345㎸ 고압송전망을 구축하는 데 최소한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종욱 민주노총 광주본부장은 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와 관련한 기고에서 "선로가 지나는 지역의 주민들은 '수도권은 전기를 쓰고, 지방은 송전탑을 세우는 불평등한 에너지 식민지 구조를 고착화시키는 정책'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대체할 후보지로 최근 오픈AI와 SK가 짓기로 한 AI 데이터센터 최적지이자, 삼성SDS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이 2조 원 규모 국가AI컴퓨팅센터 후보지로 낙점한 해남(솔라시도)이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달 말 오픈AI와 SK는 협약을 맺고 전남에 글로벌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삼성SDS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 사업자 공모에 참여하면서 부지로 솔라시도를 택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전남은 저렴한 넓은 부지는 물론 지난 20년간 강도 4.0 이상의 지진이 없었던 안정적인 지역"이라며 "444GW 발전 잠재량을 보유한 신재생에너지 등 풍부한 전력공급, 무한한 용수 공급 가능 등 RE100 산단 최적지 요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전남 서남권은 AI 데이터센터가 집적화할 예정으로 클러스터가 형성돼 추후 관련 산업이 연계되면 상호 간의 시너지 효과로 더욱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반도체를 제조하는 팹의 특성상 굳이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위치하더라도 원활하게 운영되는 세계적인 사례가 많다는 점도 설득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대표적인 글로벌 사례로는 아일랜드 인텔 팹, 시칠리아 STM 팹, 사라왁 X-Fab 팹 등이 꼽힌다.
한 반도체 전문가는 "미국에서 설계해 대만에서 만들고 말레이시아에서 조립하는 세상이다. 용인 R&D센터에 상주하면서 원격 근무를 해도 충분하다"는 말로 반도체 팹 단지의 지방 조성 당위성을 설명했다.
yr200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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