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 헌신했던 노모, 설 연휴에 참극 …아들은 끝까지 뻔뻔했다

[사건의재구성] 설 전날 어머니 잔혹하게 살해
"치매로, 부양 힘들었다" 주장했으나 증상 없어

ⓒ News1 DB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한데 모여 가족의 정을 나누는 설 연휴. 한 80대 어머니가 평생을 헌신해 키운 아들에 의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어머니를 제 손으로 죽인 아들은 박 모 씨(63).

박 씨는 올해 1월 28일 오후 11시 30분쯤 광주 한 아파트에서 모친 A 씨(83·여)를 살해했다.

박 씨는 잠든 A 씨를 손과 둔기 등으로 마구 폭행했다. 범행 중 치아를 뽑는 등 잔혹성을 보이다 못해 흉기까지 동원한 것이다.

이후 경찰이 아닌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어머니를 죽였다"고 털어놨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박 씨는 경찰에 "치매를 앓는 어머니를 돌보기 힘들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A 씨는 심각한 치매 증상을 보이지도, 거동이 불가능한 상태에 있지도 않았다.

더욱이 A 씨는 한평생 박 씨를 돌봐온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직업이 없는 남편과의 사이에서 박 씨를 낳은 뒤 농사를 지으며 홀로 가족을 부양했다.

박 씨는 범행 약 10년 전 실직해 별다른 경제적 활동을 하지 않았다. A 씨는 그런 박씨를 안쓰럽게 여겼고, 자기 집에서 아들네 가족이 살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러나 한집살이는 순탄하지 않았다. 박 씨는 본인을 대신해 경제 활동에 나선 아내 B 씨의 외출의 금지하는 등 괴롭히기 시작했다. 견디다 못한 B 씨는 112에 신고했고, 경찰은 박 씨와 B 씨를 분리 조치했다. 박 씨 자녀도 두려움을 느껴 집에서 나갔다.

이 같은 일이 있고 난 후 박 씨는 약 보름간 어머니의 식사도 제대로 챙기지 않았다. 그러던 중 '부양 곤란'을 주장하며 범행을 저질렀다.

광주고법 재판부는 지난달 존속살해죄에 항소한 박 씨 사건에 대해 "피고인을 낳아 홀로 부양해 온 피해자는 극심한 육체적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하게 됐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특히 자신의 직계존속을 살해하는 범죄는 우리 사회에서 용납할 수 없는 반인륜적·반사회적 범죄다. 범행 동기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며 원심인 징역 20년을 유지했다.

sta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