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듣고 명상하는 AI가 그린 그림입니다"
'AI미술관' 암스테르담 데드엔드 "AI 예술, 곧 디지털아트로 흡수"
"AI 중심도시 광주에 AI 미술관 생기면 더 효과적"
- 이수민 기자
(암스테르담=뉴스1) 이수민 기자 = 온라인 공간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만든 이미지를 프로필 사진으로 설정하는 것이 유행이다. 사용자들은 편하게 찍은 사진을 업로드 한 뒤 애니메이션 스타일이나 전문 프로필 사진 등 취향에 맞게 이미지를 꾸민다.
이처럼 AI가 손쉽게 만든 그림을 온라인에서 공유하는 문화가 확산한 가운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는 이 같은 창작물을 모은 미술관이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중심가인 빈켄스트라트에 자리한 데드엔드(Dead End) 갤러리를 찾았다. 이 갤러리는 세계 최초로 AI가 창작한 작품만을 전시하는 공간이다.
2022년 개관한 이곳은 단순 전시에 그치지 않고 교육 프로그램과 기업 행사, 인터랙티브 프로젝트(관객 참여형 전시)까지 운영하며 예술과 기술의 접점을 확장하고 있다.
'AI 자체가 예술가'라는 미술관의 모토에 맞게 이미지를 만드는 것부터 전시 여부까지 AI와 협업한다.
데드엔드 갤러리의 작품들은 아티스트와 AI, 큐레이터의 삼각구조에 의해 만들어진다.
아티스트가 작품에 대해 요청하면 AI가 이미지를 만든다. 이를 큐레이터가 평가해 피드백을 줘 작품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한 작품당 200~300회의 대화가 오간다고 한다. 미술관에 속해있는 전속 아티스트만 20여 명이다.
아티스트들은 작업 중 AI에 음악을 들려주거나 명상(휴식)을 유도해 창의성을 자극하기도 한다.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도 다양하다. 같은 프로그램이나 데이터를 반복 학습하면 산출물이 점점 단조로워지기 때문이다.
이미지 생성기부터 언어 모델, 자체 학습 모델까지 가능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모여 작품을 만든다.
이 같은 시도 덕분에 선보이는 작품들의 형태도 새롭다.
최근에는 2D 형태의 작품에 스마트폰 카메라를 갖다 대면 숨겨져 있는 코드가 읽히며, 3D 효과를 볼 수 있는 작품도 선보이고 있다.
푸른 용과 조개를 형상화한 그림에 카메라를 갖다 대면 용이 하늘로 승천하고, 조개 속에서 진주를 발견할 수 있다.
또 AI가 일부 작품과 '잘 어울리는 향기'를 개발해 향수를 만들기도 했다. 관객들은 전시장 내 비치된 향수를 손목에 뿌려가며 작품을 눈과 코로 즐길 수 있다.
콘스탄트 브링크만 관장은 <뉴스1>과 인터뷰에서 "이제 AI는 단순히 이미지를 생성하는 수준이 아니라 향수 레시피와 오브제까지 창작한다"며 "원하는 향을 입력하면 AI가 이를 재료와 비율로 번역해 실제 향을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관 초기에는 전통 미술계의 반발도 컸다.
브링크만 관장은 "2년 전만 해도 '곧 사라질 것'이라는 비난이 많았다. AI 작품을 미술로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주요 아트페어 초청을 받고 컬렉터들도 찾아오고 있다. AI 예술은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AI 예술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브링크만 관장은 "머지않아 'AI 아트'라는 명칭은 사라지고 디지털 아트의 한 갈래로 흡수될 것"이라며 "사진이 예술로 인정받기까지 100년이 걸렸지만 AI 예술은 훨씬 빠른 속도로 제도권에 편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데드엔드 갤러리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AI 콘텐츠 페스티벌 개막 무대에 참여했으며, 올해 11월 행사에도 초청받아 참가 여부를 검토 중이다.
브링크만 관장은 "한국은 디지털 아트와 AI 예술에 대한 관심이 크고, 젊은 세대의 호기심도 강하다"며 "앞으로 교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도 AI 예술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세계 최초 AI 미술관에 이어 '세계 최고 수준'의 AI 미술관도 탄생하길 바란다"며 "AI를 중심 산업으로 추진 중인 광주에 AI 미술관이 생긴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breat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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