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의 섬, 세상의 별 ⑭]…외병도(外竝島)

갈매기를 닮은 '갈미섬'…'차라리 이 섬이 없었다면'
'한국 최고의 낙조'…꽃게와 멸치 대신 돌미역 의존

편집자주 ...'보배섬 진도'에는 헤아리기 힘들 만큼 '보배'가 많다. 수많은 유·무형문화재와 풍부한 물산은 말할 나위도 없고 삼별초와 이순신 장군의 불꽃 같은 역사가 켜켜이 쌓여 있다. 하지만 진도를 진도 답게 하는 으뜸은 다른 데 있다. 푸른 바다에 별처럼 빛나는 수많은 섬들이다. <뉴스1>이 진도군의 254개 섬 가운데 사람이 사는 45개의 유인도를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대항해를 시작한다.

외병도 선착장의 방호벽. 섬 개도 육지가 그리운지 틈만 나면 달려와 바다 너머로 눈길을 보낸다. 2025.10.18/뉴스1 ⓒ News1 조영석 기자

(진도=뉴스1) 조영석 기자 = 외병도는 '병도(竝島)'라는 지명에서 알 수 있듯이 조도면 서북쪽 바다 끝에서 내병도와 짝지어 서로 마주 보고 있다. 바깥쪽이 외병도, 안쪽이 내병도이다. 섬의 형태가 갈매기를 닮았다고 해서 주민들은 '갈미섬'이라며, 외병도를 '밖갈미'나 '숫갈미', 내병도를 '안갈미'나 '암갈미'라고도 부른다.

면적 1㎢의 작은 섬이지만 해안선이 5km에 달한다. 들고남이 복잡한 해안선은 기암절벽의 해식애가 발달했다. 해안가는 마꾸땜이· 무섬추· 샘기미· 감투너미· 맏담· 장구목 등 낯설지만 정겨운 이름들로 채워진다.

'먼 바다 주의보'가 떨어지면, 외해에 속한 외병도는 내해에 속한 내병도와 달리 여객선의 발이 묶이며 차원이 다른 별개의 섬이 된다.

내병도와 1.2km가량 떨어져 손짓하여 닿을 수 있는 사이지만, 가늠할 수 없는 바다는 때로 형제 같은 두 섬을 남남으로 갈라 놓는다. '먼 바다 주의보'가 떨어지면, 외해에 속한 외병도는 내해에 속한 내병도와 달리 여객선의 발이 묶이며 차원이 다른 별개의 섬이 된다.

외병도 마을 풍경. 2025.10.18/뉴스1 ⓒ News1 조영석 기자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낙조의 섬'이라는 수식어가 두 섬에 다투어 따라다닌다.

진도 팽목항과는 18km, 상조도 여미마을과는 6.2km 떨어졌다. 예전에는 여미마을 산 중턱에서 불을 피우면 이곳 외병도 사람들이 인편의 소식으로 알고 배를 띄었다.

외병도 분교 입구. 마을 이장 김대성 씨가 교문 기둥 앞에서 학교의 역사를 들려주고 있다. 2025.10.18/뉴스1 ⓒ News1 조영석 기자

2025년 3월 말 기준 17가구 22명이 거주하고 있다. 인구가 정점을 찍던 1973년도에는 28가구 158명이 산 적도 있다. 당시 분교생만도 50명이었다. 분교는 1950년 4월 상도초등학교 외병분교로 개교한 뒤 1997년 3월에 문을 닫았다.

학교터 입구에 돌기둥 2개가 교문의 흔적으로 남고, 계단이 있는 돌기둥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면 학생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던 운동장에 열무가 자라고 있다. 남새밭으로 변한 운동장 가운데에 구령대 역할을 하던 네모진 콘크리트 단상만 홀로 남았다.

외병도 슬레이트 지붕의 민가. 빨간 지붕 뒤로 여행객을 위한 펜션이 보인다. 2025.10.18/뉴스1 ⓒ News1 조영석 기자

선착장 오른쪽으로 성인 키 두 배가량의 높다란 콘크리트 방벽이 섬과 바다의 경계선처럼 해안가를 따라 200m쯤 마을 입구까지 설치돼 눈길을 끈다. 섬에 부는 거센 바람과 파도로부터 마을을 지켜내는 방호벽으로 외병도의 지난한 삶의 서사를 대신한다.

외병도는 꽃게와 멸치로 유명했으나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자취를 감추고, 주민들의 발길이 끊긴 해역에 타 지역의 멸치잡이 쌍끌이 배들이 선단을 형성, 떼 지어 몰려들고 있다.

마을에서 본 대바우산 무인 등대. 서해바다 40리 길을 비춘다. 2025.10.18/뉴스1 ⓒ News1 조영석 기자

논이 없는 작은 섬에 산비탈을 일궈 고구마와 보리농사를 짓기도 했으나 이 또한 멧돼지 떼에 내어 주었다. 산비탈의 '미긴(묶힌)밭'은 다시 산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지붕에서 비가 많이 샌다. 한편으론 비가 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밤중에 그 고생을 않고도 물을 길을 수가 있겠고, 차라리 이 작은 섬 외병도가 생기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텐데.'

2001년도에 태양광 발전으로 전깃불이 켜졌고, 가정집의 수도꼭지는 전기가 들어오고 나서도 한참 지난 2022년에야 설치됐다.

1968년 5월 5일 외병분교 6학년이던 김예자(당시 13살) 학생의 '차라리 이 섬이 없었더라면'이라는 글이 조선일보에 실려 외병도의 삶이 전국에 알려진 적이 있다.

장구목. 배를 끌어 올리던 곳으로 대사리 때는 물이 넘쳐흘러 섬을 나누기도 했다. 2025.10.18/뉴스1 ⓒ News1 조영석 기자

'지붕에서 비가 많이 샌다. 한편으론 비가 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밤중에 그 고생을 않고도 물을 길을 수가 있겠고, 보리 싹이 잘 나오겠기 때문이다. 차라리 이 작은 섬 외병도가 생기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텐데.'

그로부터 54년이 흐른 뒤 지하수 개발과 수질정화장치 등 급수시설이 들어섰다. 2022년 6월 10일 환경부 장관까지 참석한 가운데 열린 통수식을 갖고 '비가 오지 않아도 물 길러 갈 필요가 없는 섬'이 됐다. 급수선으로 식수를 공급받고, 눈을 녹이거나 빗물로 씻어야 했던 섬으로서는 천지개벽이나 다름없었다.

세상에서 가장 공정한 ‘외병도 미역 분배’장면. 대표로 선정된 주민이 신발 짝을 미역 더미 위로 던지고 있다.(이장 김대성 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뉴스1

자연산 돌미역 채취가 주요 소득원이다. 주민들이 공동 채취한 미역을 한데 섞고 저울로 무게를 재어 균등히 한 뒤 작업자 수에 따라 동일하게 분배한다.

분배 방식은 특이하다. 미역 채취 작업자들이 각자의 신발 한 짝을 바구니에 모아 넣으면 선발된 대표 한 사람이 나와 신발 한 짝을 나뉜 미역 더미로 던져서 소유권이 선택되는 방식이다.

이때 대표 주민은 바구니 안의 신발을 흔들어 섞은 뒤 등을 돌린 채 신발을 집어 들기 때문에 불평불만이 있을 수 없다. 이웃한 내병도도 동일한 '신발 던지기'로 미역을 분배한다.

각자의 신발 한 짝을 바구니에 넣고, 대표 한 사람이 나와 신발짝을 미역 더미로 던져서 소유권이 선택된다. 불평불만이 있을 수 없는 세상에서 제일 공정한 '신발 던지기 방식'이다.

마을에서 가장 젊은 이장 김대성 씨(59)는 "우리마을의 미역 배분만큼 공정한 방식은 그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마을 뒤 대바우산 정상에 높이 12m의 무인등대가 서해 바다 40리 길을 비추고, 마을 앞 50m쯤 떨어진 간출암 위에도 무인 꼬마등대가 설치돼 윙크하듯 눈빛을 깜박이며 어선을 안내한다.

외병도 헬기장. '대한민국 최고의 낙조'를 볼 수 있는 곳이다. 2025.10.18/뉴스1 ⓒ News1 조영석 기자

마을이 끝나는 서남쪽 끝에 '당골래 목댕이'라고도 부르는 '장구목'이 섬을 갈라놓을 듯 협곡을 이루고, 장구목을 지나 대바우산으로 오르는 길에 '대한민국 최고의 낙조'중의 하나를 감상할 수 있는 헬기장이 있다.

주 생활권이 조도가 아닌 목포에서 이뤄지고 있다. 2개월에 한 번씩 진도군보건소 소속 병원선이 오가며 치과와 안과, 침 등의 의료봉사를 한다.

☞가는 길

'섬·섬·섬' 완행열차 같은 배편…최고의 유람길

목포항이나 진도 쉬미항에서 하루 한 번 배편을 이용할 수 있다. 목포에서 출발한 섬사랑 10호와 13호가 매일 오전 8시30분 출항하여 11시 정각 무렵 진도 쉬미항을 들린 뒤 외병도로 간다. 목포항에서는 18개 섬을 경유하며 7시간가량 소요되고, 쉬미항에서는 가사도 등 11개 섬을 거쳐 3시간쯤 걸린다.

뱃길은 산들바람을 맞으며 완행열차를 타고 가는 여행처럼 해풍을 맞으며 다도해를 둘러볼 수 있는 최고의 유람길이 된다.

진도 쉬미항. 2025.10.18/뉴스1 ⓒ News1 조영석 기자

외병도는 가는 뱃길이 불편한 대신 조도면의 여느 섬들과 달리 깔끔한 현대식 펜션 2개 동이 관리되고 있어 묵어가는데 편하다. 마을 주민들이 공동 관리하는 펜션으로 사전 예약을 통해 이용 가능하다.

kanjoy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