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석자에 출렁이는 지지율…광주시교육감 선거 판도는?

광주교육감 후보군. 윗줄 왼쪽부터 김용태, 오경미, 아랫줄 왼쪽부터 이정선, 정성홍.(가나다순)
광주교육감 후보군. 윗줄 왼쪽부터 김용태, 오경미, 아랫줄 왼쪽부터 이정선, 정성홍.(가나다순)

(광주=뉴스1) 서충섭 기자 = '노무현' 이름 석자로 '뜨거운 감자'가 된 광주시교육감 선거는 숱한 논란에도 1명의 현역 후보와 3명의 도전자 등 4명의 후보가 벌써부터 열띤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9일 광주 교육계에 따르면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이정선 현 광주시교육감의 재선 도전은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그는 광주교대 총장 출신으로 '실력광주' 부활을 외치며 2022년 재수 끝에 당선됐다. 전임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출신의 3선 장휘국 전 광주교육감 임기 12년간 지역사회에서 학생 학력에 대한 우려가 팽배했던 만큼, 이 교육감은 '실력 광주'를 대체하는 '다양한 실력'을 기치로 내세웠다.

일선 고등학교에 스터디카페를 조성하며 면학분위기를 장려했고 학생들을 미국과 독일, 호주 등 선진지역을 탐방하게 하는 '글로벌리더 세계한바퀴'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전체 학생들에게 스마트기기를 보급하며 낙후된 교육인프라도 적극 투자했다.

3년간 의·치·한·약학 계열 진학이 두 배 이상 늘었다고 강조하면서 뚜렷한 학력 증진 성과를 내세운다. 기관 평가도 11개 외부 평가에서 10개의 최우수 평가를 받는 등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노무현'을 앞세운 김용태 전 노무현재단 광주시민학교장의 등장으로 '현역 프리미엄'을 제대로 누려보지 못한 채 추격전에 놓였다.

김용태 교장은 전남대 사범대 82학번으로 강기정 광주시장과 함께 학생운동을 한 인연이 있다. 1984년 전남대 동아리연합회를 결성하고 회장을 맡았으나 강제징집을 거부하고 도피, 제적됐다. 노동운동을 하다 1996년 35세의 나이로 늦깎이 교사가 된 그는 전교조 광주지부장도 역임했다.

특히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노무현재단 광주지역위원회 시민학교장을 지낸 직함이 광주교육감 선거의 '태풍의 핵'이 되고 있다.

'노무현' 직함은 지난 4월 퇴직한 선거 초년병을 단숨에 2위 후보로 올려줬다. 지난 6월부터 현재까지 이뤄진 8번의 여론조사에서 현역 이정선 교육감을 한 차례 앞지르기도 하는 등 '핵폭탄급' 파괴력을 보인다.

'노무현' 직함 없이는 두 차례 4위로 추락하긴 했으나 최근에는 '노무현 직함' 없이도 2위에 머물며 인지도 굳히기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교육계에서 정치인 직함은 맞지 않다"는 타 후보들의 지적도 여전하나 '노무현 직함'은 정당을 상징하지 않는 만큼 선거법상 문제가 없어 자진포기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공약으로는 △희망교실 추진 △멀티미디어 학습 환경 조성 △생애주기별 맞춤형 체육 프로그램 △학생건강센터 설립 등을 강조한다.

김 교장은 다시 정성홍, 오경미 후보에게 바짝 쫓기고 있다. 36년간 과학 평교사로 재직한 정성홍 전 전교조 광주지부장은 2022년 낙선을 딛고 재수에 도전한다. 박근혜 정부가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처분하면서 2016년 직권 면직된 해직 교사다.

2020년 대법원이 법외노조 처분 위법 판단을 내리면서 복직했다. 2022년 광주교육감선거에 도전, 2위 박혜자 후보와 박빙의 차로 3위에 머물렀다. 12·3 비상계엄 이후 서울로 상경, 다양한 촛불집회에 윤석열 탄핵 집회나 삼보일배 등에 참석하면서 거리의 투사로 활동했다.

김용태 후보의 '노무현 직함'에 맞서 최근에는 '2022 광주광역시교육감선거 민주진보단일후보(광주민주진보교육감 단일화추진위 선출. 정성홍·김선호 참여)'라는 광주교육감 선거 역대 가장 긴 57글자 직함을 내세워 또다른 논란이다.

각종 여론조사서는 김용태 후보에게서 '노무현 직함'을 뗐을 경우 2위로 올랐으나 그 밖의 경우에서는 그 벽을 넘지 못하고 3위에 머문다. 공약으로 △성장 중심 학력체계·기초과학교육 강화 △광주형 EBS 시스템 구축 △공립 과학중학교 설립 등 과학과 이공계를 강조한 공약을 내세운다.

장휘국 교육감 체제에서 교육국장을 지낸 오경미 전 국장도 9월 퇴직 이후 본격적으로 선거전에 뛰어들어 캠프를 꾸리고 있다. 진보 교육감 체제 관료임에도 특유의 친화력으로 국민의힘 등 보수 지지층으로부터도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여론조사서는 3~4위에 머무른다. △모든 아이가 존중받는 교육 △교사가 자긍심을 느끼는 교육환경 △학부모가 안심하는 교육 △열린 소통과 협력의 교육 공동체를 공약으로 내세운다.

현역 이 교육감에 맞서 김용태, 오경미, 정성홍 후보는 단일화를 예고했으나 '노무현 직함 사용금지' 를 놓고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어 가능성이 높지 않다.

교육감 선거는 경선 탈락자의 본선 진출을 막는, 이른바 '이인제 방지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경선 이후에도 단독 출마가 가능하다.

zorba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