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만의 문제로 정책 추진하지 않았더니 정부가 주목"

[인터뷰] 박병규 광주 광산구청장

박병규 광주 광산구청장. (광산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뉴스1) 이승현 기자 = "지역만의 문제로 정책을 추진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정부가 주목하고 국정과제에 반영했다."

광주 광산구가 추진해 온 '사회임금 지원' 사업과 '살던집 프로젝트'를 이재명 정부가 국정과제로 채택했다.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추진한 정책이 정부 정책으로 추진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두 사업을 추진해 온 박병규 광주 광산구청장을 26일 <뉴스1>이 만났다.

2개의 사업이 정부 국정과제에 반영된 배경에 대해 박 구청장은 "광산구만의 문제로 정책을 추진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문제가 광산구 문제이고 그게 대한민국 문제"라며 "정부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시대 전환에 대한 인식이 일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산구는 대기업 못지않은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지난 3년간 실험을 했다. 실험은 주거·교육·돌봄 등에 쓰이는 사회임금 지원으로 일자리 질을 개선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일자리 관련 대화에서 소외됐던 비정규직 노동자와 자영업자, 여성, 청년, 사업주 등을 사회적 대화에 참여시켰다.

일회성 대화에 그치지 않고 그 내용을 녹서(질문)와 백서(해답), 청서(실행계획)로 만들어 체계적인 숙의 토론을 통해 지속가능 일자리 사업을 추진한다는 점이 정부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박 구청장은 "일자리 문제는 양극화나 불평등을 일으키는 큰 원인이다. 그러나 중앙정부나 기업이 만드는 일자리는 한계에 도달했고 좋은 일자리라고 인식되지 않기도 한다. 투자로 인한 단발성 일자리는 지속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더 나은 일자리가 만들어지려면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치는 것인데 기업은 지급 능력 범위 내에서 임금을 지불하고 나머지는 정부가 사회임금을 지원하자는 것에서 출발했다"며 "일자리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고 일자리 체제를 바꾸는 정책이 확산하도록 하기 위해 뒷받침하는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병규 광주 광산구청장. (광산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일자리 사업과 함께 요양원이나 시설이 아닌 살던 집에서 편안한 일상,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의료와 돌봄을 융합해 지원하는 광산구의 주거 복지 사업 '살던집 프로젝트' 역시 주목을 받았다.

'살던 집에서 여생을 마칠 수 없을까'라는 고민에서 시작해 공공임대주택 공실을 주거 중심 돌봄 공간으로 바꾸고 주거부터 건강, 의료, 생활에 필요한 것을 지원한다.

병원을 벗어나 혼자만의 공간에서 자유롭게 생활하며 장기 입원 환자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이 프로젝트는 타 지자체에서도 벤치마킹하고 있다.

정부도 국정과제에 '지금 사는 곳에서 누리는 통합 돌봄'으로 반영했다.

박 구청장은 "이미 설문조사를 통해 나와 있던 시민 니즈를 행정이 발견하고 접목한 것"이라며 "민생 즉 시민들의 삶에 중심을 두고, 우리 사회 문제는 무엇인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 등 그 속에서 정책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헌신적인 공직자들 덕에 좋은 정책을 발굴·시행하고 정부에서도 관심을 갖게 됐다"며 "그동안 잘 잡아 온 방향을 토대로 새로운 것을 찾는 것보단 현재 하는 정책에 남은 시간을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pepp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