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 열풍에 'K-세신'도 인기…광주 프리미엄샵에 외국인 발길 이어져
'양머리' 한 외국인들, 사우나서 땀 빼며 "영화 주인공 된 듯"
- 이수민 기자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여행하며 쌓인 피로가 풀리는 것 같아요."
지난 21일 오전 광주 광산구 수완동의 한 프리미엄 세신 샵. 향긋한 향기와 따뜻한 습기 사이로 영어, 몽골어, 태국어 등 다양한 언어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세신 공간과 두피 케어실, 마사지실에선 각기 다른 국적의 외국인들이 서비스받고 있었다.
이날 이곳을 찾은 외국인들은 전부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를 보고 왔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이 해당 영화에서 주목한 장면은 주인공이 속한 걸그룹 '헌트릭스'가 월드 투어와 신곡 발표로 지친 몸을 목욕탕에서 달래는 것이었다.
이 영화 속의 짧은 한 장면이 외국인들에겐 생소했던 우리 목욕탕 문화를 알리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이는 실제 관광 수요로도 이어졌다.
친구와 함께 샵을 찾은 필리핀 국적 A 씨는 "'케데헌'에 나온 것처럼 직접 수건 양머리도 만들어 쓰고 시간을 보내니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다"며 "여행하며 쌓인 피로가 때밀이질 한 번에 사라진다"고 말했다.
A 씨가 이용한 세신 샵은 작년 11월 문을 열었다. 아직 개점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케데헌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여름철은 사우나 업계의 비수기지만, 최근엔 예약 오픈과 동시에 1주일 치 예약이 동나는 일이 잦다고 한다. 이 샵은 하루 12명의 세신 예약을 받는데, 절반 이상이 외국인 손님일 때도 있다.
이용 외국인의 국적도 몽골, 베트남, 태국, 미국, 필리핀 등으로 다양하다. 특히 몽골인 고객이 국내 여행 일정 동안 회원권을 끊어 매일 사우나와 마사지를 이용한 일도 있다고 한다.
외국인들이 이곳 샵을 찾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프라이버시'로 보인다. 다수 이용객이 동시에 드나드는 대중목욕탕은 외국인들에게 다소 부담스러운 공간일 수 있단 점에서다.
실제 태국인 B 씨는 "대중탕에선 외국인을 신기하게 쳐다보는 시선이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1인 세신 샵은 그런 걱정이 전혀 없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 샵의 고급스럽고 깔끔한 인테리어, 차별화된 장비도 외국인 손님들을 끄는 데 한몫했다고 한다. 샵에서 '세계 최초'로 직접 제작했다는 '온열 세신 침대'는 원적외선과 근적외선 장치가 내장돼 있어 세신 중에도 따뜻함을 유지할 수 있다. 사우나 내부 역시 편백 재질에 원적외선이 설치돼 있으며, 개인 습도 조절과 가습기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이 샵에선 세신 외에도 두피 케어와 마사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화장품·생활용품·건강식품 판매도 이뤄진다. 매장에선 프랑스산 화장품과 치약, 비누, 수건은 물론, 광주 지역 브랜드 '드마쎄'의 룸 스프레이, 전남 여수산 마스크팩 등 K-뷰티·K-라이프스타일 제품이 인기라고 한다. 외국인 손님 상당수가 여행 기념품처럼 이들 제품을 구매해 간다.
이 샵 원장 이혜인 씨는 "외국인 손님들이 세신을 체험하면서 한국 뷰티 제품이나 생활용품에도 관심을 보인다"며 "지역 업체들과 협력해 광주 브랜드 상품을 알리는 기회로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넷플릭스 '케데헌'으로 불붙은 관심은 단순 체험을 넘어 한국만의 문화상품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앞으로는 미용관광, 교육관광으로 확장해 'K-세신'을 해외에 전파하는 게 목표다. 단순 체험이 아니라 세신 기술을 교육해 각국에 보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지역 관광 전문가들도 관련 현상을 주목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K-팝이 음악을 넘어 패션·화장품·음식으로 확장된 것처럼, 목욕·세신 문화까지 외국인 관광객에게 매력적인 체험 요소가 될 수 있다"며 "광주가 웰니스·뷰티 관광 거점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breat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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