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지하철 커피 자판기는 '현금 전용'…"먹고 싶어도 마실 수 없다"

비용 핑계로 교체 지연…"취약계층 지원 취지 무색"

9일 오후 광주 지하철 1호선 역사 내에 설치돼 있는 커피 자판기의 모습. 2025.9.9/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광주 지하철 역사 내 커피 자판기가 여전히 '현금 전용' 상태에 머물러 시민 불편이 끊이지 않고 있다.

9일 광주교통공사에 따르면 현재 지하철 1호선 18개 역사에는 총 25조(50대)의 자판기가 설치돼 있다. '1조'는 커피 자판기와 음료 자판기를 합친 2대를 의미한다.

자판기 운영은 '공공시설 매점 및 자동판매기 설치 계약 조례'에 따라 국가유공자, 장애인, 북한이탈주민 등 취약계층에 우선권이 부여된다. 현재도 광주시 장애인 단체 소속 업자들이 임대차 계약을 맺고 운영 중이다.

이 가운데 음료 자판기는 모두 카드 결제가 가능하지만, 커피 자판기는 여전히 현금만 받아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커피 자판기는 과거 광주시의 '빛고을(마이비)카드'로 결제가 가능하게끔 만들어졌지만, 교통카드 이용이 점차 줄어들면서 2022년 이후 카드 자체가 사용 중단돼 현재는 아예 현금만 가능한 상태다.

음료 자판기는 2022년부터 단계적으로 교체돼 현재 전 역사에서 카드 결제가 가능하다. 같은 공간에서 나란히 운영되는 자판기인데, 커피 자판기만 '현금 전용'으로 남아 있는 것은 행정의 무책임을 방증한다는 지적이다.

공사 측은 카드 단말기가 부착된 신형 커피 자판기로 교체하려면 대당 500만~700만 원이 들어 임차인들이 감당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는데, 시민들은 비용 핑계로 불편을 방치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애초에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제도가 정작 고비용 교체를 민간 임차인에게 떠넘기면서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50대 이 모 씨는 "현금 없는 시대에 지하철에서만 커피를 못 사는 게 말이 되냐. 카드를 쓸 수 있어야 이용률도 늘어날 것"이라며 "카드 결제는 기본인데 왜 책임을 임차인에게만 미루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취약계층 보호 명분을 내세우면서도 정작 교체 비용은 개인에게 떠넘기는 구조"라며 "공공기관이 운영 책임을 방기하고, 시민 편익을 담보로 한 '책임 전가 행정'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려면 공사나 지자체가 교체 비용을 일부 부담하는 방식의 지원책이 필요하다"며 "취약계층 지원을 명분 삼는 현 구조를 공공 책임 체계로 전환하지 않는 이상 문제는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breat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