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보 도시 광주' 아직 멀었다…침수되고 악취 나는 지하철

7월 폭우에 10개 역 운행중단…이틀간 민원 296건
양동시장역 악취 풀풀…"출근길 냄새 밸까 걱정"

강기정 광주시장이 지난달 18일 오전 폭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광주 지하철 1호선 상무역을 찾아 피해 복구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긴급 복구를 마친 광주 지하철은 이날부터 전 구간 정상운행에 들어갔다.(광주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7.18/뉴스1 ⓒ News1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광주도시철도 1호선 상무역 인근에 자리한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정모 씨. 많은 비가 내렸던 지난달 17일, 퇴근길이 고달팠다. 지하철로 20여 분이면 돌아가는 광주 동구의 집까지 버스와 도보를 번갈아 이용해야 했다. 상무역을 포함해 도시철도 19개 역 중 10개 역이 운행을 멈췄기 때문이다. 이유는 바로 '침수'였다.

#동구에서 김대중컨벤션센터역 인근으로 매일 출퇴근하는 직장인 박 모 씨도 지하철 이용에 불쾌함을 느낀다. 출퇴근 시간 양동시장역을 지날 때마다 진동하는 악취 때문이다. 그는 "지하철 문이 열릴 때마다 썩은 생선 비린내 같은 기분 나쁜 악취를 매일 아침 맡아야 한다. 기분이 상할 뿐 아니라 옷에 냄새가 밸까 늘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광주시가 '대자보(대중교통·자전거·보행) 도시' 전환을 내세우고 있지만 시민들이 체감하는 지하철 환경은 여전히 낙제점이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1일 광주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집중호우로 상무역이 침수됐을 때 당시, 이틀간(17~18일) 접수된 민원은 총 296건에 달했다.

당시 역무원을 포함한 전 직원이 복구작업에 투입돼 신속히 정상화를 추진했지만, 시민 입장에서는 "비만 오면 멈추는 지하철"이라는 불신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

쾌적하지 못한 역사 환경도 문제다. 최근 3년간 지하철 역사 악취 민원은 2023년 3건, 2024년 3건, 올해 들어 5건이 발생했다.

주로 양동시장역에서 곡물 볶는 냄새나 어패류 냄새가 환기구를 통해 유입된 것이 원인으로 꼽혔다.

공사는 전 역사에 방풍문을 설치하고, 양동시장역에는 국비 지원으로 대형 공기청정기를 들여 수시로 배기를 실시하고 있다. 또 위생 관리 강화를 위해 매월 2회 이상 방역을 시행 중이라고 설명했지만 그럼에도 시민 불만은 잦아들지 않는다.

직장인 박 씨는 "지하철은 깨끗하고 안전하다는 이미지가 있어야 하는데, 침수나 악취가 반복되면 신뢰하기 어렵다"며 "실상 귀찮으니까 민원 제기를 안 하는 것뿐이지 양동시장역을 지날 때마다 승객들 모두가 코를 막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자보 도시라는 구호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지하철이 최소한의 안전성과 쾌적성을 담보해야 한다"며 "심야 운행 확대나 노선 확충은 물론이고 이에 앞서 기본적인 서비스 품질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이 내세운 '대자보 도시'는 자동차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대중교통(대), 자전거(자), 보행(보)을 도시 교통의 핵심 축으로 삼겠다는 정책 비전이다.

시는 이를 정책 브랜드로도 공식화하고 차 없는 거리 확대와 보행 환경 리빙랩 사업 등도 병행하고 있다.

breat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