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넘게 사용한 '교류' 버리고 이젠 왜 '직류'인가?

더 많은 전력 전송 가능하고 장거리 송전 유리
에너지 효율향상으로 소비자들 전기요금 절감

한국전력은 'DC(직류배전) 슈퍼위크'를 26일부터 28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고 있다.(한전 제공, 재배포 및 DB 금지)/뉴스1

(나주=뉴스1) 박영래 기자 = 우리 초등학교 6학년 과학 교과서에서 처음 배우는 직류(DC)와 교류(AC). 교과서에는 직류방식이 불편해서 교류방식으로 전력을 공급받는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지난 28일 부산 누리마루APEC하우스에서 열린 APEC 에너지 장관회의에서 한국전력은 '글로벌 DC 이니셔티브'를 공식 제안했다.

전기가 발명되고 140년이 넘은 이 시점까지 보편적인 주류였던 AC 대신 전 세계가 DC를 주목하는 이유는 뭘까.

31일 한전의 설명을 요약하면 DC는 더 많은 전력 전송이 가능하고 장거리 송전이 유리하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에너지 효율향상으로 전기요금 절감효과를 누릴 수 있다.

교류(AC·Alternating Current)는 시간에 따라 크기와 방향이 주기적으로 변하는 대신 직류(DC·Direct Current)는 전기가 항상 같은 방향으로 흐르는 전류를 말한다.

기존의 AC 기반 전력망은 오랜 기간 효율적인 전력 전송 수단으로 기능해 왔지만, 재생에너지 확산과 디지털 전환이라는 이중 변화 속에서 그 한계가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DC배전이라는 새로운 전력망 혁신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DC 배전은 대용량 전력을 손실 없이 전송 가능하고, DC 전송을 위해 AC 시스템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AC to DC' 전력 변환이 없어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이다.

한전 관계자는 "태양광, ESS, 전기차 등 DC 기반 전원과 ICT·AI 중심의 DC 부하를 보다 효율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대응을 위한 국가적 전략이라는 관점에서도 DC 배전은 미래 전력망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DC 배전 상용화를 통해 에너지 안보, 전력망 안정성, 산업경쟁력 강화라는 3대 효과를 동시에 달성 가능하다고 이 관계자는 부연했다.

전력 생산과 소비의 양쪽에서 DC 기반 기술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태양광과 연료전지, ESS 등 재생에너지 설비는 대부분 직류로 전기를 생산하거나 저장한다. 하지만 기존 AC 기반 전력망과 연계하기 위해 수차례 변환을 거치면서 전력 손실이 발생하고 전체 에너지 효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수요 측면에서도 대형 데이터센터, 스마트팩토리, 전기차 충전소 등 주요 전력 소비처가 대부분 DC 부하를 중심으로 전환 중이고, 특히 AI 서버가 밀집한 데이터센터는 안정적이고 고효율의 직류 전력을 요구하며, AC 기반 인프라와의 변환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 낭비와 탄소 배출이 발생한다.

이런 변화 속에서 DC 배전은 에너지 흐름을 단순화하고 효율을 극대화하는 대안으로 부상했다. 전력전자 기술과 융합된 DC 배전은 분산형 전원과 고효율 부하를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으며, 시스템 구성이 간단하고 운영 효율이 높다.

한전은 "DC 배전망은 AC 대비 약 10%의 전력 손실 절감 효과를 보이며, 소비자 입장에서 이는 곧 에너지 효율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yr200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