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의 섬, 세상의 별 ⑩]독거도·탄항도

우리나라 최고의 돌미역 '독거곽'생산지…'빠삐용의 고도' 독거도
밀물 때 갈라섰다 썰물 때 독거도와 하나되는 섬, 탄항도

편집자주 ...'보배섬 진도'에는 헤아리기 힘들 만큼 '보배'가 많다. 수많은 유·무형문화재와 풍부한 물산은 말할 나위도 없고 삼별초와 이순신 장군의 불꽃 같은 역사가 켜켜이 쌓여 있다. 하지만 진도를 진도답게 하는 으뜸은 다른 데 있다. 푸른 바다에 별처럼 빛나는 수많은 섬 들이다. <뉴스1>이 진도군의 254개 섬 가운데 사람이 사는 45개의 유인도를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대항해를 시작한다.

(진도=뉴스1) 조영석 기자 = 독거군도는 독거도와 슬도, 탄항도, 혈도 등 네 개의 유인도로 이뤄졌다. 섬들은 암석해안으로 이뤄진 데다 물살이 거센 탓에 갯벌이나 백사장을 찾아볼 수 없다. 이 암석해안이 독거군도의 보물인 미역밭(藿田)이다. 독거군도 전체가 '진도곽'이나 '조도곽'으로 불리는 우리나라 최고의 자연산 돌미역 생산지이다. '독거 미역'은 '조도곽' 중에서도 으뜸으로 친다.

독거도 선착장 앞 구멍섬이라 불리는 고깔섬(왼쪽)과 갈매섬. 2025.8.22/뉴스1 ⓒ News1 조영석 기자

◇독거도(獨巨島)

'독거(獨巨)'라는 지명은 '거센 파도 때문에 오도 가도 못한다'라는 설에서부터 독도(獨島)보다 큰 섬이라 하여 '독거도(獨巨島)'라 하거나, 홀로 외로운 섬이어서 '독고도(獨孤島)'라고 했다는 등 여러 가지 얘기가 전해온다. 영화 '빠삐용'의 고도(孤島)에 빗대기도 한다.

북동쪽 가막산과 건너편 주산봉이 갈매기 날개를 펴듯 펼쳐지고 두 날개 사이에 해당하는 고개 능선에 독거마을이 자리한다. 주산봉에 조도 본도의 돈대산으로 이어지는 봉화대가 있었다.

행금여. 독거도에 딸린 암초이나 하조도의 신전마을에서 미역 채취권을 갖고 있다.2025.8.22/뉴스1 ⓒ News1 조영석 기자

선착장에 내려 500m쯤 고갯길을 오른 뒤에야 비로소 마을이 모습을 드러낸다. 선착장 앞에 무인도인 갈매섬(구도)과 고깔섬(변도)이 쌍을 이뤄 한 폭의 그림처럼 떠 있다.

'독거(獨巨)'라는 지명은 '거센 파도 때문에 오도 가도 못한다'라는 설에서부터 독도(獨島)보다 큰 섬이라 하여 '독거도(獨巨島)'라 하거나, 홀로 외로운 섬이어서 '독고도(獨孤島)'라고 했다는 등 여러 가지 얘기가 전해온다. 영화 '빠삐용'의 고도(孤島)에 빗대기도 한다.

선착장에서는 파도 소리 사이로 비파를 뜯는 듯한 악기 소리가 잦아들었다가는 돋아나고, 돋아났다가는 잦아들며 처음 듣는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다. 선착장 공사 당시 생긴 시멘트벽의 작은 공기 구멍에서 나는 소리이지만 그 절묘한 가락이 신비로움을 더한다.

독거마을은 함안 조(趙) 씨의 집성촌으로 고갯길 왼쪽에 입도조 송덕비가 서 있다. 죽산 안(安) 씨, 파평 윤(尹) 씨의 세거지이기도 하다.

함안 조(趙) 씨 입도조 송덕비. 2025.8.22/뉴스1 ⓒ News1 조영석 기자

1973년 30가구 179명이 거주했으나 현재 12가구 15명이 살고 있다. 1950년 문을 연 조도초등학교 독거분교장도 1997년 폐교됐다. 작은 섬마을의 유일한 공공시설이었던 분교는 주민들에게 공유되지 못하고 개인에게 팔렸다.

마을 중심부에는 150년 수령의 당산 팽나무 한 그루가 녹슨 종을 매단 채 주민들과 함께 마을의 역사를 써가고 있다.

종은 제2차 세계대전 말 미군 전투기의 폭격으로 독거도 앞바다에서 좌초된 일본 윤선(기선)을 해체하면서, 당시 사용하던 용접용 산소통을 잘라 만들었다.

독거마을 당산 팽나무에 걸린 녹슨 종과 우물. 2025.8.22/뉴스1 ⓒ News1 조영석 기자

종은 타종 횟수에 따라 각기 다른 메시지를 전한다. "종을 한 번씩 치면 부역 나오라는 소리고, 두 번씩은 물 받아 가라는 소리여. 또 세 번씩 치는 것은 동네 회의가 있다는 것이고, 응급환자가 발생하거나 집에 불이라도 나면 연달아 종을 치곤 했어" 마을 주민 조남래 씨(71)가 기억하는 '종소리의 약속'이다.

섬의 남동쪽 '집앞에' 해안가로 가는 마을 길. 2025.8.22/뉴스1 ⓒ News1 조영석 기자

팽나무 건너편엔 양철지붕을 인 마을 공동 샘이 관리되고 있다. 주민들이 지금도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 식수로 사용하고 있을 만큼 샘물을 맑고 청량하다.

쉼터를 겸하는 마을 중심부에는 마을회관이 폐허가 된 채 갯바람을 맞고, 회칠이 날리는 회관 앞에 눈(누운)향나무 한 그루가 푸르름으로 신축의 날을 기다리고 있다.

'집앞에' 해변에서 본 '둥근너머'의 독거도 꽁돌. 2025.8.22/뉴스1 ⓒ News1 조영석 기자

마을앞 '집앞에'라 부르는 해안가에 내려서면 왼쪽 갯가 '둥근너머'에 '노적봉'바위가 우뚝 서고, 그 아래에 둥근 바위를 짊어진 기암괴석이 바다를 향해 까만 입을 벌리고 있다. 둥근 바위는 건너편 관매도의 '옥황상제 꽁돌' 을 연상케 한다.

'집앞에'를 비롯해 고래기미, 금락골, 처녀밭골, 울애, 돌섬패, 뒷목골, 둥근너머, 수진너머 등으로 불리는 갱번은 모두 독거도 미역밭으로 개인 소유다.

◇탄항도(灘項島)

탄항도에서 바라 본 독거도.썰물 때가 되면 자갈길이 드러나 탄항도와 독거도가 하나로 이어진다.(이재언 저 '한국의 섬'갈무리)/뉴스1

탄항도는 독거도 서남쪽에 위치한 섬으로 열목섬이라고도 한다. 200m 떨어진 두 섬은 밀물 때 나뉘고 썰물 때 자갈길로 하나가 된다. 두 섬 사이의 바다를 '여울목'이라고 부른다.

환경부 지정 특정도서로 천연기념물인 흑비둘기가 서식하고 있다.

1972년 8가구 54명이 살기도 했으나 현재는 4가구 사람들이 계절 거주를 한다. 겨울철에는 육지로 나가 살고, 여름철에만 섬으로 돌아와 미역을 채취하며 산다. 유인도와 무인도의 경계에 있다. 독거도에서 건너온 파평 윤(尹)씨 집안의 섬이다.

자연산 돌미역과 톳이 많이 생산된다.

☞ 조도돌미역

고래도 새끼 낳으면 맨 먼저 먹는 '산모 미역'

조도 돌미역은 우리나라 최고의 미역으로 꼽힌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진상품 가운데 하나였다. 진도곽이라고도 하고 '산모미역'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금도 시집간 딸이나 며느리가 아이를 갖게 되면 산후조리용으로 조도곽부터 장만한다.

중국 당(唐)나라의 '초학기(初學記)'에는 '고래가 새끼를 낳은 뒤 미역을 뜯어 먹고 산후의 상처를 낫게 하는 것을 보고 고려 사람들이 산모에게 미역을 먹인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돌미역 건조장면- 독거도에 홀로 거주하는 오빠의 미역 일손을 돕기 위해 휴가 내어 왔다는 조숙예(61)·미숙(59) 자매가 미역을 말리고 있다. 2025.8.22/뉴스1 ⓒ News1 조영석 기자

미역은 산후 자궁 수축과 지혈은 물론 조혈제 역할을 하고 출혈로 인한 철분 부족과 임신 중 태아에게 빼앗긴 칼슘을 보충하는 데도 효과적인 식품으로 알려 지고 있다.

주민들은 음력 정월 초에 '갯닦이'나 '갱번닦기'라며 미역 포자가 잘 붙도록 암초를 청소하고, 음력 4월부터 6월 사이에는 바위에 붙은 미역 포자가 햇볕에 마르지 않도록 '물주기'를 하면서 갖은 정성을 들인다. 채취 시기는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약 한 달가량으로 낫을 이용해서 일일이 수작업으로 베어낸다.

'섬사랑 9호'가 독거도 선착장을 향해 들어가고 있다. 2025.8.22/뉴스1 ⓒ News1 조영석 기자

20가닥 한 뭇이 독거 미역의 경우 200만 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한 가닥의 무게가 평균 1kg에 달한다. 최근에는 자연스러운 형태의 ㎏ 단위로도 포장 판매한다. ☞가는 길 : 진도 팽목항에서 섬사랑 9호가 오전 9시 출발한다. 1시간가량 소요된다. 독거도에서는 오후 3시 40분 진도 팽목항으로 나간다. 날씨에 따른 결항이 잦다. 운항 여부를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kanjoy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