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판 들추니 황토 덕지덕지"…200년 빈도 폭우에 무너진 무안
[르포] 상가 25곳·주택 23가구 침수
"어디부터 손 써야 할지 답답"
- 김태성 기자
(무안=뉴스1) 김태성 기자 = "어디서부터 복구작업을 시작해야 할지 답답하네요."
200년 빈도의 기록적인 폭우가 휩쓸고 간 4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읍의 한 식당. 자원봉사자들이 물에 잠긴 방안의 장판을 걷어 올리자 진흙이 덕지덕지 달라붙어 올라왔다. 물에 잠겼던 각종 도구를 연신 물로 씻어낸 후 밖으로 옮겼지만, 침수 피해 규모가 큰 탓에 작업량은 쉽사리 줄어들지 않았다.
무안보건소 앞 상가들 역시 전날 흙탕물이 휩쓸고 간 뒤처리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보건소 지하주차장은 침수되고 선별진료소는 방마다 직원들이 흙탕물을 빼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보건소 한 직원은 "그나마 전날 의료장비들을 빼내 피해는 적은 것 같다"고 말했다.
무릎까지 흙탕물이 들어찬 철물점 주인도 침수된 물건을 바깥으로 옮기는 데 구슬땀을 흘렸다. 그는 "진열된 상품들이 무거운 엔진류라 물에 잠길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냥 바라만 봤다"고 하소연했다.
전날 무안에는 200년 빈도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주택과 상가, 도로, 농경지 등이 침수되고 주민 수십명이 긴급 대피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전날 밤부터 무안군에는 시간당 최대 142㎜의 물 폭탄급 비가 쏟아졌다. 하루 누적강수량은 289.6㎜에 달했다.
이는 단일 하루 강수량 기준으로도 역대 최고치에 근접한 수치다. 이번 폭우로 무안지역 내 상가 25곳과 주택 23가구가 침수됐으며 도로와 농경지 유실 피해도 잇따라 접수됐다.
실제 뉴스1이 찾은 무안읍 대부분의 거리는 황토로 뒤덮여 있었다. 한 군민은 "무안은 원래 황토로 유명한 곳인데, 이번 폭우로 그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며 허탈해했다.
한 식당 주인은 "자원봉사자들이 젖은 가재·주방도구를 가게 앞에 쌓아놨지만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피해를 막기 위한 무안군의 근본적인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군민은 "배수로 용량 부족과 침수 취약 지형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없어 피해가 반복된다"며 "이에 따라 지역 주민들은 극심한 불편과 불안을 겪고 있다"고 했다.
무안군은 현재 산사태 취약지역 75곳에 대한 예찰을 강화하고 공무원 절반을 비상근무 체제로 전환해 현장 중심의 응급 복구와 주민 안전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김산 무안군수는 "200년 만에 한 번 내릴 폭우가 쏟아졌다"며 "폭우 시 주민들은 안전한 장소로 즉각 대피하고 피해가 발생하면 즉각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hancut0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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