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3년 핍박' 떨쳐내고 다시 힘 실리는 에너지공대

이재명 정부, K그리드 인재 창업밸리로 조성 약속
"국가 에너지전환 정책 실행 파트너로 도약 준비"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연구2동 조감도.(켄텍 제공, 재배포 및 DB 금지)2025.6.5/뉴스1

(나주=뉴스1) 박영래 기자 = 전남 나주에 자리한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켄텍) 안팎에서는 "요새 격세지감을 실감하고 있다"는 말이 회자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시절 3년 가까이 이어진 핍박을 견뎌내고 이재명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드라이브 정책의 핵심 인재 양성기관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1일 에너지공대 등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전날 "재생에너지 잠재량이 풍부한데다 전력망이 시급한 전남권을 차세대 전력망 혁신기지로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브리핑을 통해 "한국에너지공대, 전남대, 광주과기원을 중심으로 한국판 실리콘밸리가 될 수 있는 K그리드 인재 창업 밸리를 조성해 전력 분야 인재를 세계적 수준으로 양성하겠다"며 "지역 에너지 산업과 인재를 집적화해 어벤져스라 할 수 있는 K에너지 원팀을 만들어 선도국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특히 에너지공대는 에너지 기업, 연구기관, 스타트업이 협업하는 오픈 캠퍼스로 운영하고, 에너지공대-광주과기원-전남대는 공동연구, 연구장비 공동 활용, 기술 창업 협력을 통해 에너지신산업 창업 산실로 거듭나게 된다.

이같은 정부 발표에 전 정부 시절 억압과 핍박의 대명사로 불렸던 에너지공대가 출범 4년를 맞아 화려하게 귀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에너지공대에 대한 무차별적인 압박이 시작됐다.

에너지공대를 이른바 '문재인 정부 유산'으로 못 박은 윤석열 정부는 대학의 설립과정에서 적법성을 따지는 감사원 감사부터 진행했다.

보수단체가 신청한 공익감사 청구를 빌미로 대학 설립 부지로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내 부영골프장이 선정된 데 대한 적법성과 이 과정에서 부지를 기부한 부영주택에 대해 아파트 건설이 가능하도록 남은 부지 용도변경을 사전에 약속한 조건부 특혜 제공설 의혹 등에 집중됐다.

이와 동시에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를 앞세워 에너지공대에 대해 감사도 벌였다.

김용범 정책실장이 3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국형 차세대 전력망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7.31/뉴스1 ⓒ News1 허경 기자

감사 결과 업무추진비 부적정 정산·집행, 출연금 유용, 근무수당 부당수령 등의 도덕적 해이 사례가 발견됐다며 이사회에 총장 해임을 건의했다.

정부로부터 사퇴압박을 받아 온 윤의준 에너지공대 초대총장은 결국 2023년 12월 28일 자진사임했다. 대학 정관에 따라 박진호 연구부총장이 이후 1년 8개월 동안 총장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상황이다.

한전과 전력그룹사의 출연금 삭감을 통한 압박도 동시에 이뤄졌다.

한전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1724억원을 에너지공대에 출연했고, 대학 건물 완공 등을 위해 2025년까지 추가 투자도 필요한 상황이었다.

한전의 출연금이 대폭 깎일 경우 정상적인 대학운영을 이어가기는 불가능한 상황에 놓이게 됐지만 에너지공대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지원예산은 사실상 반토막이 났다.

다행히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추경 예산안에 에너지공대에 대한 올해 정부 지원금 예산이 100억 원 증액 반영되면서 에너지공대 지원예산은 100억 원에서 200억 원으로 늘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재생에너지 확충과 전력망 고도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정책을 강조하면서 '에너지 특화 공과대학'인 켄텍의 역할은 더없이 중요해졌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에너지고속도로 구축 공약의 밑그림 역시 에너지공대에서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공대 에너지정책연구소 김승완 교수는 "에너지 특화대학을 넘어 국가 에너지전환 정책의 실행 파트너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yr200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