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산단 지하수 '1급 발암물질 검출'…책임 규명·정화 조치 '깜깜'

긴급검사 2개 업체에 수질개선 명령…TCE·PCE 미사용
오염 원인자 규명 기술 한계 "특정 불가"…정책 실효성 의문

하남산단 지하수 수질 기준 오염 농도가 높은 5개 존 위치도. 존 1은 하남산단 2~3번로, 존 2는 하남산단 1번로, 존 3은 하남산단 5번로, 존 4는 하남산단 5~7번로, 존5는 손재로 287번길. 2025.7.14/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이승현 박지현 기자 = 광주 광산구 하남산단 지하수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1급 발암물질이 검출된 가운데 책임 소재 규명은 요원하고 정화 명령 실효성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광산구는 광주시 보건환경연구원에 하남산단 지하수 관정 245곳의 수질 검사를 긴급 의뢰했다. 이 중 70곳의 수질 검사 결과 2곳에서 기준치의 최대 19배를 초과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 나머지 검사 결과는 순차적으로 나온다.

장덕동 1개 업체에선 트라이클로로에틸렌(TCE)이 1.129㎎/ℓ 검출돼 공업용 적합 기준치를 19배 초과했다. 테트라클로로에틸렌(PCE)은 0.158㎎/ℓ로 기준치를 약 8배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업체에선 TCE가 0.418㎎/ℓ 검출돼 기준치를 약 7배 초과했다. 공업용 지하수의 적합 기준치는 TCE 0.06㎎/ℓ, PCE는 0.02㎎/ℓ다.

두 물질은 국제암연구소 지정한 1군 발암물질이다. 금속제품 세정제, 페인트 용제, 세탁용제, 박리제 등에 주로 사용된다.

광산구는 수질 검사 결과를 토대로 2개 업체에 '한 달 이내에 정화 장치 등을 설치해 사용 지하수를 정화하라'는 수질개선 명령을 내렸다. 불이행 시 행정대집행을 통해 '폐공 명령하겠다'고도 했다.

폐공 시 업체는 앞으로 작업에 지하수 대신 수돗물을 사용해야 한다. 수돗물을 사용하면 업체가 부담하는 비용은 크게 늘어난다.

문제는 현시점에서 지하수 사용자와 오염 원인자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하수법은 사업 활동으로 지하수 오염을 발생시킨 자에게 오염·훼손된 지하수를 복원할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1983년 준공된 하남산단은 금속가공·화학·전자부품 등 1000여 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40여년간 입주 기업이 수시로 바뀌었다.

이번 긴급 조사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된 2개 업체는 모두 PCE와 TCE 성분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광산구도 이곳이 '오염원이 아닐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다. 하남산단은 서쪽이 높고 동쪽은 낮은 '서고동저' 형태로 지하수 유동성이 심하다. 산단 내 4개 지역으로 지하수가 모이기 때문에 발암물질이 어디서 유출됐는지 특정하기 어렵다.

이 물질들은 물보다 비중이 커 지하로 수직 이동, 토양 오염을 거치지 않고 15~13m 아래의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의 2023년 6월 용역 보고서도 "오염 원인자 불분명으로, 정화 비용의 원인자 부담 불가"라고 결론지었다.

지자체의 개선명령과 정화 비용에 대한 구상권 청구도 실효성이 떨어진다.

지하수 오염은 지난 2020년 첫 시행된 '환경 범죄 등의 단속 및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처벌할 수 있다.

환경부는 지난 2021년 중금속 발암물질인 카드뮴을 낙동강으로 불법 배출한 영풍 석포제련소에 첫 사례로 환경범죄단속법을 적용했다. 그러나 법원은 '공장이 지하수 오염을 발생시켰다는 직접 증거가 없어 환경 범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제련소 관계자들에게 '무죄' 판결했다.

하남산단 발암물질 지하수 연구 용역에 참여했던 김정관 환경산업기술원 박사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오염을 특정 업체 때문이라고 명확히 규정하기 어렵다. 시료마다 오염 시기가 다를 테고, 업체별 사용량도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박사는 "오염 정화 처리 비용도 어마어마하게 많이 든다. 오염물질 배출 기업이 정화 책임을 지는데, 영세 업체들은 보통 정화 책임을 지기보단 폐업해버리는 게 현실"이라며 "지자체가 선 정화, 추후 구상권을 청구하려 해도 '오염 기여울 계산'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 기술로는 이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관련 법률이 있어도 기술적 한계로 '잘못은 기업이 하고, 피해는 시민에게만 전가'되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법은 공업용 지하수 사용업체가 3년마다 1번 자체적으로 수질검사를 받아 지자체에 결과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광주 하남산단과 본촌산단과 같은 발암물질 배출 재발 방지를 위해선 지자체 '책임 조사'를 명시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광주 하남산단과 본촌산단에서 진행한 지하수 토양 오염 조사 결과 두 지역 모두 지하수에서 1군 발암물질인 TCE와 PCE가 기준치를 각각 최대 400배, 11배 이상 초과해 검출됐지만 지자체가 이를 2년간 방치해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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