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삼아 '개포동역 칼부림'…2심 "불특정 다수 '협박 미수' 피해"

커뮤니티 협박글 20대…1심 "협박죄 '반의사불벌죄' 공소 기각"
2심 법원 "원심 법리 오해" 파기환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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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묻지마 흉기난동 협박글'은 읽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도 '협박미수' 혐의 자체가 성립될 수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광주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연선주)는 24일 협박, 협박미수 혐의로 기소된 A 씨(25)의 항소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광주지법 단독 재판부로 파기환송 했다.

A 씨는 1심에서 협박 혐의에 대해 벌금 500만 원을, 협박미수 혐의에 대해선 공소 기각 판결을 받았다.

A 씨는 지난 2023년 8월 8일 오후 4시 40분쯤 광주 서구에서 온라인 커뮤니티 단체 채팅방에 접속해 '오늘 오후 5시 23분에 개포동역에서 피의 축제를 시작하겠다'는 협박 글을 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100명 정도 칼부림을 하겠다. 고맙다. 나라세금으로 3끼 식사 좀 하자' 등의 글을 함께 올리며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살인을 저지를 것처럼 예고했다.

조사 결과 A 씨는 장난으로 글을 올렸다.

당시는 서울 신림역 칼부림 사건, 서현역 칼부림 사건으로 국민적 불안감이 극도로 달해 경찰 기동대 등이 곳곳에 배치되던 시기였다.

1심 재판부는 "협박죄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특정돼야 한다"면서 "공소 내용에 명시된 '개포동역에 가거나 그 인근을 지나가려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은 피해자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협박미수에 대한 검사 공소를 기각했다.

1심 재판부는 동일 취지로 채팅방에서 직접 글을 본 피해자 1명에 대해서는 협박 혐의가 적용된다고 판단,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은 피고인과 검사의 쌍방 항소로 이어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건 공소사실에는 범행의 시기, 장소, 범행 내용, 방법이 구체적으로 돼 있다. 이는 불특정인을 상대로 해악을 고지한 것"이라며 "공소사실 자체가 피고인의 협박이 미수에 그쳤다는 것이고, 협박미수죄는 해악의 고지가 상대방에게 도달하지 않은 경우에도 성립한다"고 판결했다.

이어 "원심은 공소사실 특정에 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에 따라 피고인은 원심에서 다시 1심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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