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라도 그랬을 것"…급류 속 도로에 발 낀 60대 구한 '정비소 의인'

'영웅 만난 기분' 최승일 씨 향한 찬사 이어져
광주시 '의로운 시민상' 수여…"그 순간 와도 똑같이"

폭우 속 급류에 휘말린 시민을 망설임 없이 구조한 광주 동구 소태동에서 자동차정비업체를 운영하는 최승일 씨(54)/뉴스1

(광주=뉴스1) 박지현 기자 = 하루 동안 400㎜가 넘는 폭우가 내린 지난 17일.

광주 동구 소태동에서 정비업체를 운영하는 최승일 씨(54)의 정비소 앞 경사진 도로는 순식간에 계곡처럼 변했다.

최 씨는 도로에 쌓을 모래주머니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때였다. 최 씨의 눈에 급류에 떠밀려 도로 틈에 발이 끼인 A 씨(60대)가 들어왔다.

최 씨는 망설임 없이 A 씨를 구하러 급류로 들어갔다.

그는 "처음엔 그냥 힘으로 끌어보려 했는데 안 빠졌다. 1~2분을 허비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A 씨는 숨도 제대로 쉴 수 없는 상태. 최 씨는 주변을 살피다 나무판자를 발견, 물살을 돌려 A 씨 얼굴이 드러나게 했다.

최 씨는 "'이분을 살리려면 연장을 써야겠다' 싶었다. 주변에 '빠루'(쇠지렛대)를 갖다 달라고 해서 구조 작업을 이어갔다"고 말했다.

구조 작업 중 차 한 대가 급류에 밀려 내려오며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는 "다급했는데 마침 직원들이 와서 차를 막아줬다. 17명 중에 10명이 달려왔다. 동네 주민들도 도와줬다"고 감사를 표했다.

그렇게 최 씨와 최 씨 동료들의 도움 속에 A 씨는 20여 분 만에 물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본인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최 씨는 A 씨를 구하기 위해 주저 없이 뛰어들었고, 이는 지역사회에 큰 감동을 안겼다.

A 씨의 아내와 사위는 이튿날 최 씨를 찾아와 "사장님 덕분에 남편이 살았다"며 눈물 어린 감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의 선행이 알려진 이후 그의 정비업체에는 감사 전화와 메시지도 빗발쳤다.

한 지도 애플리케이션에는 '실제 영웅을 만난 기분', '사람도 살리고 차도 살리셨다', '인류애가 충전됐다'는 내용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이뿐만 아니다. 최 씨가 A 씨를 구하는 영상이 퍼진 이후 정비소를 찾는 손님도 눈에 띄게 늘었다.

최 씨는 정작 고개를 숙인다. 그는 "과분한 칭찬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며 "누구라도 그런 상황이었다면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라고 했다.

당시 정비소에 있다가 최 씨가 급류로 뛰어드는 모습을 본 여동생은 당시에는 '미친 짓'이라고 생각했지만 무사히 돌아와 다행이라고 했다. 소식을 들은 최 씨의 아들과 딸도 "아빠가 자랑스럽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최 씨는 "기후가 점점 극단적으로 변해가며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사람 목숨보다 소중한 건 없다"고 강조했다.

광주시는 최 씨에게 '광주광역시 의로운 시민상' 수여를 결정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war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