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호우에 다시 부상한 광주시민 상수원 '동복댐 수문'
수문 없어 폭우 시 여수로 넘쳐 댐 하류 침수피해 반복
홍수 사전대비 불가능…관리주체 광주시, 설치에 난색
- 박영래 기자
(화순=뉴스1) 박영래 기자 = 집중호우 이틀째인 지난 18일 오전, 구복규 전남 화순군수가 가장 먼저 찾은 현장은 다름 아닌 동복댐이다.
이틀간 이어진 폭우로 동복댐은 이미 저수율 100%를 넘어서면서 여수로를 통해 초당 수십톤의 물을 하류로 쏟아내고 있었다.
자칫 댐 하류에 자리한 동복면과 사평면의 주택과 농경지 침수피해가 우려되는 상황. 당시 긴박하고 위험했던 현장의 모습을 구복규 군수는 자신의 SNS를 통해 전했다.
구 군수는 "동복댐 상류에 300㎜ 비가 내려 댐 여수로를 넘치고 있다"며 "몇 년 전에도 하류지역인 동복면과 사평면이 큰 피해를 입었다. 수문을 설치해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행히 이번 폭우가 큰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이상기후에 따른 극단적인 폭우가 반복되면서 동복댐 수문 설치가 시급한 현안으로 부상했다.
22일 화순군 등에 따르면 광주광역시 상수도사업본부가 관리하는 동복댐은 1971년 건설됐으며 총저수용량 9950만㎥, 유역면적 189㎢다.
댐은 화순군 이서면을 중심으로 자리하고 있지만 광주시민들의 주요 상수원 가운데 하나여서 댐 관리주체는 광주시다.
문제는 댐에 수문이 없기 때문에 집중호우 등에 대비해 사전에 물을 방류할 수 없고, 물이 가득 차면 여수로를 통해 억지로 물이 넘쳐나는 조그마한 저수지 구조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하류지역 주민들은 많은 비가 내릴 때마다 침수 피해를 걱정해야 하는 불안한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2023년 7월 집중호우 당시 동복댐에서는 시간당 80만 톤이 넘는 물이 월류했고, 인근 10개 마을에 대피 권고가 내려졌다.
앞서 2020년 8월에도 집중호우로 동복댐 방류량이 늘면서 천변리, 한천리 등 주민 150여명을 화순동복초 실내체육관으로 긴급 대피시키기도 했다.
동복댐의 수위를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없는 상황이라 대규모 홍수 시 댐 붕괴도 우려되는 구조적 결함을 갖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민들의 피해가 반복되고 이상기후에 따른 집중호우가 현실화하면서 화순군은 그동안 동복댐 수문 설치 필요성을 수차례 주장했지만 막대한 비용 등을 이유로 환경부나 광주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광주시는 △수문 설치 공사에 막대한 비용 소요 △하류 하천 정비를 잘하면 침수 피해 예방 △홍수기에는 적절하게 수위 조절을 하고 있어 수문이 필요 없다는 주장만을 펼치고 있다.
급기야 댐 하류 지역 주민들은 "광주시가 동복댐의 안전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새로운 수원을 찾고 동복댐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이고 있다.
화순군 상하수도사업소 관계자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담아 광주시에 수문 설치 공문 등을 다시 보낼 예정"이라며 "자칫 더 큰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동복댐 수문 설치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yr2003@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