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고수온·적조·질병 '삼중고'…올해도 물고기 떼죽음 불보듯"

고수온주의보 내린 전남 여수 돌산 화태리 가두리 양식장
"치솟는 수온 예측 못해…액화산소통 지원도 줄어" 울상

고수온 특보가 발효 중인 10일 오전 전남 여수 돌산읍 화태리 가두리 양식장에서 어민들이 고수온에 강한 어종인 돔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2025.7.10/뉴스1 ⓒ News1 김동수 기자

(여수=뉴스1) 김동수 기자 = "여름철만 되면 고수온에 적조, 질병까지 어촌생활 더이상 못할 정도로 힘들어요."

10일 오전 전남 여수 돌산읍 화태리 가두리 양식장에는 고수온에 강한 품종인 참돔과 감성돔, 농어 등 물고기에 밥을 주는 데 여념이 없었다.

이 양식장은 여러 품종 가운데 조피볼락의 비중이 40%로 가장 높다. 그러나 고수온에 취약한 조피볼락은 조기 출하로 모습을 감췄다.

이곳에서 10년째 어업생활을 하고 있는 어민 황양선 씨(58)는 매년 찾아오는 '고수온 트라우마'로 자식같은 조피볼락을 조기 출하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부모에게 물려받아 어촌생활을 시작했는데 5년 전부터 고수온 피해가 발생했고 지난해 키우던 조피볼락은 전멸했다"며 "그 충격으로 올해 보험도 가입하고 상품성이 떨어지는 조피볼락을 미리 출하했다"고 하소연했다.

전남 전 해역은 전날 '고수온 주의보'가 발효됐다. 지난해(7월 24일)와 비교하면 16일 빠르게 내려졌다. 고수온 주의보는 수온이 28도, 경보는 주의보가 3일 이상 지속될 때 발령된다.

이곳 수온은 22도로 특보 수준은 아니지만 순식간에 치솟는 수온을 대비해야 한다고 황 씨는 강조했다.

그는 "바다는 육지와 달라서 수면은 뜨거워질 수 있으나 수심은 언제 갑자기 펄펄 끊어오를지 예측할 수 없다"고 노심초사했다.

고수온 특보가 발효 중인 10일 오전 전남 여수 돌산읍 화태리 가두리 양식장에서 어민들이 고수온에 강한 어종인 돔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2025.7.10/뉴스1 ⓒ News1 김동수 기자

지난해 고수온으로 전남 10개 시군 990어가에서 574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 중 여수는 333억 원(58.1%)으로 전남 시군 가운데 가장 피해가 컸다.

세계적 기후 변화에 따른 고수온 피해는 사실상 물고기 먹이를 줄이고 액화산소를 공급하는 방법 이외에는 별다른 뚜렷한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고수온 피해 보험에 가입하면 최대 90% 이상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피해가 없을 경우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아 어민들은 보험 가입을 꺼리고 있다.

황광현 화태리 어촌계장은 "여름철 고수온과 적조, 질병(연쇄구균 등), 겨울에는 저수온으로 '어촌생활을 그만둬야 하나' 싶을 정도"라며 "그런데 여수시는 액화산소통 지원마저 지난해 20통에서 올해 10통으로 반토막 줄였다"고 말했다.

이어 "8월이 되면 수온이 30도 이상 치솟을 것이다. 그때는 고수온에 강한 돔도 떼죽음이 불보듯 뻔하다"며 "우리도 소상공인이고 자영업자다. 행정기관과 새정부에서 바다 사람들도 바라봐달라"고 울먹였다.

수산당국은 고·저수온에 강한 품종 육성, 어장 재배치 등을 검토하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여수의 경우 섬박람회 준비 등으로 일부 예산 지원이 줄어들었다"며 "정부와 전남 지자체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수온 피해 대비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kd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