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공기가 되레 폭염 부른다"

"에어로졸 급감 시 기온 상승 막는 '완충 효과' 사라져"
GIST 윤진호 교수팀 '에어로졸 역설' 현상 규명

윤진호 교수(왼쪽)와 박진아 박사과정생(지스트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뉴스1

(광주=뉴스1) 조영석 기자 = 공기 중 떠다니는 미세입자(에어로졸) 배출을 급격히 줄일 경우 기온 상승을 억제하는 '완충 작용' 효과가 사라지면서 기온이 빠르게 오르고, 인체 건강과 사회 전반에 새로운 기후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깨끗한 공기가 반드시 안전한 기후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역설적인 사실을 국내 연구진이 밝혀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환경·에너지공학과 윤진호 교수 연구팀이 국내외 연구진과 함께 에어로졸에 의한 지표면 냉각 현상이 상대습도 상승의 주요 원인임을 규명했다고 10일 밝혔다.

에어로졸은 대기 중에 떠다니는 고체 또는 액체 상태의 미세 입자로 자연적인 원인(화산 분출, 바람에 날리는 먼지, 해양의 소금 입자 등)과 인위적인 원인(화석연료 연소, 산업 활동, 차량 배출 등) 모두에서 발생할 수 있다.

이 입자들은 대기 중에서 햇빛을 반사하거나 흡수해 지표면의 온도를 변화시키고 구름 생성에도 영향을 미쳐 기후 시스템에 복잡한 작용을 한다.

연구팀은 차량 등에서 배출된 에어로졸 미립자가 햇빛을 산란시켜 지표면을 냉각시키는 동시에 '발량 감소 → 수증기 정체 → 상대습도 상승'으로 이어지는 '에어로졸-습도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일정 수준의 에어로졸이 상대습도를 높이며 기온 상승을 억제하는 '완충 작용'을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에어로졸 배출을 급격히 줄일 경우 냉각 효과가 사라지면서 기온이 빠르게 오르고 습도와 결합된 열스트레스 지수(불쾌지수·위험지수 등)가 증가해 인체 건강과 사회 전반에 새로운 기후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

이 같은 결과는 '깨끗한 공기가 반드시 안전한 기후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역설적인 사실을 드러낸다.

특히 산란 효과가 큰 에어로졸(황산염, 유기탄소 등)이 지표를 냉각시킴으로써 대기를 안정화하고 수증기 축적을 유도해 상대습도가 높아지는 일련의 과정을 주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윤 교수는 "온실가스와 에어로졸이 서로 정반대 방향으로 기후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중성을 간과하면 '깨끗한 공기'가 오히려 단기적인 폭염과 습도 위험을 키울 수 있다"며 "온실가스 감축과 에어로졸 저감 정책을 어떻게 조화롭게 추진하느냐에 따라 인류가 마주하게 될 기후 위험의 양상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와 박진아 박사과정생이 주도한 이번 연구 결과는 기상학 분야의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커뮤니케이션즈 어스 앤드 인바이런먼트'에 지난 7월 8일 온라인 게재됐다.

kanjoy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