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뙤약볕 속 50m 줄'…'폭염 경보'에도 무료급식소 '장사진'

하루 350명 몰리는 광주 서동 무료급식소
"혼자 밥 챙겨 먹는 게 제일 힘들어"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4일 오전 광주 남구 서동에 있는 무료급식소를 찾은 어르신들이 대기하고 있다. 2025.7.4/뉴스1 ⓒ News1 박지현 기자

(광주=뉴스1) 박지현 기자 = "날이 아무리 더워도 혼자 사는 내가 한 끼 때우려면 여길 올 수밖에 없어요."

광주시에 폭염 경보가 발효된 4일 오전 남구 서동 '분도와 안나 개미꽃동산' 무료 급식소 앞.

배식은 오전 11시부터지만 10시 무렵부터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찜질방을 연상케 할 정도의 숨막히는 더위에도 급식소 앞에는 50미터가 넘는 긴 줄이 이어졌다.

각자의 자리에서 더위를 이기기 위한 사투가 펼쳐졌다. 한 손엔 부채, 다른 손엔 양산을 들고있었지만 땀줄기는 계속 흘러내렸다.

대기하던 이들 중 일부는 근처에 소지품으로 자리를 맡아두고 그늘로 피신하기도 했지만 순서를 놓칠까봐 뙤약볕으로 금세 다시 돌아왔다.

오전 8시부터 급식소를 찾았다는 김 모 씨(82·여)는 "열대야에 잠도 설치고 새벽부터 뒤척이다가 그냥 일찍 나왔다"며 "7월 초인데 벌써 이렇게 더우니 올여름이 벌써 걱정"이라고 말했다.

작은 손풍기를 얼굴 가까이 대던 김원호 씨(78)는 "혼자 사니까 밥 챙겨 먹는 게 제일 힘들다"며 "돈도 부족하지만 누가 해주는 밥이 그립다. 여기는 그나마 사람도 있고 말동무도 된다"고 웃어보였다.

자전거를 타고 도착한 안 모 씨(70)는 "원래는 일주일에 한두 번은 오는데 요즘은 너무 더워서 8일 만에야 나왔다"며 땀을 닦았다.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4일 오전 광주 남구 서동에 있는 무료급식소를 찾은 어르신들이 대기 끝에 식사하고 있다. 2025.7.4/뉴스1 ⓒ News1 박지현 기자

급식소에는 에어컨과 선풍기가 가동되고 있었다. 이날 무료 급식 메뉴는 비빔밥과 두부된장국이었다.

주말에는 운영하지 않는 급식소는 토요일과 일요일 동안 끼니를 걱정할 어르신들을 위해 라면 4봉지를 나눠주는 배려도 더했다.

매일 무료급식소를 찾는다는 최대길 씨(77)는 "근처 고시원에서 살고 있는데 월세가 25만 원이다. 그거 나가고 나면 남는 돈도 없다"며 "집에는 선풍기 뿐인데 이곳에 오면 에어컨이 있어서 시원하다"고 했다.

1991년부터 34년째 무료 급식을 이어오고 있는 개미꽃동산 사랑의 식당은 하루 평균 350여 명이 찾는다.

급식소 봉사자 황대복 씨(83)는 "오전 11시, 오전 11시 30분, 낮 12시 3개 타임으로 나눠 무료급식한다"며 "조리실 내에 에어컨이 있지만 조리하려면 불을 써야하기 때문에 밖보다 더 덥다"고 말했다.

조영도 개미꽃동산 총무이사는 "여름은 운영이 가장 힘든 시기다. 에어컨을 가동해야 하니 전기세만 해도 한 달에 150만 원이 넘게 든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더위에 지친 어르신들이 따뜻한 식사 한 끼로 위안을 얻는 모습을 보면 모든 수고가 보람으로 바뀐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광주 지역 일 최고기온은 풍암·과기원 33.3도, 조선대 32.8도, 남구 32.7도 등을 기록했다.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4일 오전 광주 남구 서동에 있는 무료급식소를 찾은 어르신들이 식사하고 있다. 2025.7.4/뉴스1 ⓒ News1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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