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의 섬, 세상의 별 ⑥]조선시대 우마장 활용 천연의 섬 관사도·진목도

'처녀가 모래 서 말을 먹어야 시집간다'는 관사도
"쌀만 안 나오고, 다 나오는 복 받은 섬"…주민 박원희 씨의 '진목도 귀거래사'

편집자주 ...'보배섬 진도'에는 헤아리기 힘들 만큼 '보배'가 많다. 수많은 유·무형문화재와 풍부한 물산은 말할 나위도 없고 삼별초와 이순신 장군의 불꽃 같은 역사가 켜켜이 쌓여 있다. 하지만 진도를 진도답게 하는 으뜸은 다른 데 있다. 푸른 바다에 별처럼 빛나는 수많은 섬 들이다. <뉴스1>이 진도군의 254개 섬 가운데 사람이 사는 45개의 유인도를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대항해를 시작한다.

관사리 해변과 마을. 2025.6.27/뉴스1 ⓒ News1 조영석 기자

(진도=뉴스1) 조영석 기자

◇관사도

관사도는 조도 서쪽의 중심 섬으로 관사리와 관작리의 2개 마을이 있다. 조선시대 지명은 관청도(官廳島)이다, 1914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조도면 관사리(觀沙리)가 된 뒤 북쪽 마을을 따로 떼어내 관작리(觀作里)라 했다.

‘조도면내 섬들은 조선 중기 이후 진도 몸섬에 있던 지산목장의 속장으로 우마장으로 쓰였다. 특히 대마도, 소마도, 진목도, 관사도 등은 목장으로 쓰인 흔적이 남아 있다.’

'관사도'와 '관청도'라는 지명이 섬의 역사와 특징을 압축하고 있다. 관사도는 '모래가 많은 섬'을, 관청도는 말 그대로 '관청이 있던 섬'이라는 뜻이다. 지금도 조도의 나이 드신 어른들은 '관청도'라 부르기도 한다.

관사리 해안도로에서 주민들이 자연산 톳을 손질하며 말리고 있다. 2025.6.27/뉴스1 ⓒ News1 조영석 기자

'조도면내 섬들은 조선 중기 이후 진도 몸섬에 있던 지산목장의 속장으로 우마장으로 쓰였다. 특히 대마도, 소마도, 진목도, 관사도 등은 목장으로 쓰인 흔적이 남아 있다. 관사도의 서쪽 산114번지 너머재 일대를 우마장이라 한다.

이 일대 목장 관리를 위해 목리(牧吏)가 배치된 곳이 관사도라 그 이름마저 관청도라 했다. 당시 마구 등을 만들었던 불무청이 전363번지 일대이다.' 조도면지의 관사도 지명 유래에 대한 기록의 일부이다.

관사도는 지명에 모래 '사(沙)'가 쓰일 만큼 모래로 유명하다. 조도 지역에서 예전부터 전해오는 '처녀가 모래 서 말을 먹어야 시집간다'는 속담의 시원이 관사도이다.

관사도 건너편 섬인 소마도나 대마도의 지명에 말의 한자어인 '마(馬)'가 들어간 것도 '우마장'과 관련한 역사적 사실에 뿌리를 두고 있다.하지만 마을 이장 최해진 씨(58)는 '우마장'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마장은 건너편 소마도나 대마도 등에 있었고, 관사도에는 이를 관리하는 관청만 있었다는 것이다.

또 관사도는 지명에 모래 '사(沙)'가 쓰일 만큼 모래로 유명하다. 조도 지역에서 예전부터 전해오는 '처녀가 모래 서 말을 먹어야 시집간다'는 속담의 시원이 관사도이다.

조도초등학교 관사분교장 터.2025.6.27/뉴스1 ⓒ News1 조영석 기자

관사리는 이러한 모래밭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해안가를 따라 횡렬로 부락이 늘어서 있다. 조도면지는 1975년 관사도의 인구가 678명이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당시 산기슭을 오르며 터를 잡았던 집들이 해안가로 내려오거나 또는 빈집으로 남았다. 현재는 관사리 17가구 22명, 관작리 16가구 18명 등 모두 33가구 40명이 거주하고 있다.

관사리는 모래밭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해안가를 따라 횡렬로 부락이 늘어서 있다. 산기슭을 오르며 터를 잡았던 집들이 해안가로 내려오거나 또는 빈집으로 남고, 초등학교는 분교를 거쳐 결국 폐교됐다.

인구가 줄어들면서 1952년 개교한 관사초등학교도 1983년 조도초등학교 관사분교장으로 격하된 뒤 지금은 문을 닫았다.

관사도 선착장 건너편의 관사도 표지석과 쉼터. 왼쪽은 관사리, 오른쪽은 관작리로 간다. 2025.6.27/뉴스1 ⓒ News1 조영석 기자

관사초등학교 제1회 졸업생 송상호 씨(77)는 "당시에는 학생들이 130여 명이나 될 만큼 섬이 활기찼다"고 했다. "선거가 있는 날에는 인근의 소마도, 진목도, 갈목도, 내병도, 외병도, 눌옥도 주민들을 여객선으로 실어와 관사초등학교에서 투표 했다." 송 씨의 기억 한 토막이다.

'시집가기 전까지 세 말을 먹어야 했던 모래'도 해안도로를 내기 위한 시멘트 호안공사로 인해 점차 사라지고, 계류장으로 변한 손바닥만 한 백사장 3개가 당시의 알리바이로 남았다.

관사초등학교 터 옆에는 '250년'이라는 나이가 적힌 보호수 해송이 당산 숲에서 팽나무와 함께 늙어가고, 1989년 문을 연 관사진료보건소가 관청도라 불리던 관사도의 유일한 관청으로 남아 있다. 관사보건소에서는 진도군 소속 보건직 소장 1명이 상주하며 관사도와 진목도, 소마도 등 3개 섬 주민들의 건강지킴이 역할을 한다.

관작리는 선착장에서 내려 곧바로 오른쪽 2차선 해안도로를 타고 간다. 길은 섬과 바다가 빚어내는 풍광을 보며 20여 분 남짓 사부작사부작 걷다 보면 마을에 닿는다. 2004년 해안도로가 뚫리기 전에는 관작리에서 관사리까지 산길을 타고 오갔다.

관작리 초입. 2025.6.27/뉴스1 ⓒ News1 조영석 기자

마을 초입에 들어서면 벽화와 빨간 지붕들이 그림처럼 펼쳐지는 관작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마을 앞에는 무인도인 주도(周島)가 관작리의 예인선처럼 떠 있고, 전복 양식장도 들어섰다.

돌담길을 사이에 두고 정렬한 마을은 외부에서 보이는 것과 달리 인적 없이 적막했다. 주인이 떠난 빈집들이 한 집 건너 폐허로 남아 허망하고, 빨간 지붕으로 가득 찬 마을에 홀로 까만 조립식 외국인숙소는 마을 풍경과 어울리지 못해 엇박자를 냈다.

관작리는 유독 노인인구가 많다. 인구라야 18명에 불과하지만 80세 이상이 9명으로 절반이나 되는 등 대부분이 70~80대이다. 마을 앞의 논을 메꿔 광장을 만들고, 동네 중턱에 있던 마을회관을 광장으로 옮겼다.

"대한민국이 어딜 가나 일일생활권이라고 하지만 여기서는 바로 앞 진도 군청에 일을 보러 가도 하룻밤을 묶어야 한다. 거차도와 소마도, 대마도, 관사도를 경유하는 쾌속선이라도 운항한다면 모를까..."

관작리 이장 박준연 씨(67)는 "대한민국이 어딜 가나 일일생활권이라고 하지만 여기서는 바로 앞 진도 군청에 일을 보러 가도 배편이 맞지 않아 진도에서 하룻밤을 묶어야 한다"며 "정부에서 거차도와 소마도, 대마도, 관사도를 경유하는 쾌속선이라도 운항한다면 모를까, 열악한 정주 여건 때문에 몇 년 뒤에는 빈집만 남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관작리 마을 입구 풍경. 2025.6.27/뉴스1 ⓒ News1 조영석 기자

교통불편은 사람의 이동뿐만 아니라 작물 재배와도 직결돼 주민들은 생업마저 포기한 실정이다. 관사도에서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주민들이 주 소득원으로 논밭에 봄쑥을 재배했었다. 하지만 인근 상·하조도와 달리 채취에서 출하까지 하루 이상 소요되면서 신선도가 떨어지고 물류비가 비싼 탓에 '관사도 쑥'은 '옛일'이 됐다.

조도면의 여느 섬처럼 돌미역과 톳 재배를 많이 했으나 생산량이 줄어들고 노인인구의 절대적 비중으로 이 또한 예전과 같지 않은 실정이다.

관사도는 물이 부족한 섬으로 관사리와 관작리가 각각 시간 차를 둔 하루 한 차례 시간제 급수를 하고 있다. 9월 하조도 상수원과 해저 관로 연결을 앞두고 있다,

◇진목도

진목도는 생김새가 조리를 닮았다하여 '조리섬'이라거나 '길다란 눈'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하여 진목도(進目島)라고 불렸다. 1914년 일제의 행정구역 개편으로 눈(目)이 나무(木)로 바뀌어 진목도(進木島)가 되면서 지명이 갖는 의미를 상실했다.

진목도 들머리인 짝지 선착장 2025.6.27/뉴스1 ⓒ News1 조영석 기자

관사도 남서쪽으로 200m쯤 떨어져 있다. 본 부락인 '안동네'와 섬 동쪽 벼랑에 자리한 '높은나리'의 두 마을로 이뤄져 있다. '안동네'를 큰마을, '높은나리'를 작은마을이라고도 부른다. 조도면지에 따르면 진목도에는 1963년말 46세대 321명이 거주했다. 1954년 관사도초등학교 진목도분교가 개교했으나 1991년 폐교됐다.

본 부락인 '안동네'와 섬 동쪽 벼랑에 자리한 '높은나리'의 두 마을로 이뤄져 있다. '안동네'를 큰마을, '높은나리'를 작은마을이라고도 부른다.

지난 6월 21일 현재 실거주 인구는 5가구 11명이다. 진목도에 주소를 두고 있지만 목포 등 육지에 나가 살면서 휴가철 등에 가끔 들리는 인구까지 포함하면 9가구 15명이다.

'주민의 절반'…김창환 이장(오른쪽)과 주민들이 '높은자리' 김용희 씨 집에 한데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다.2025.6.27/뉴스1 ⓒ News1 조영석 기자

진목도 이장 김창환 씨(71)는 "진목도에 실제로 사는 사람들이 적다 보니 이웃집 찬장의 숟가락, 젓가락 숫자까지 알 정도"라며 "'마을사람'이라고 하기보다는 '일가족'같은 유대감으로 형제처럼 지낸다"고 했다.

관사도에 딸린 섬이면서도 관사도와는 사뭇 다른 특질을 갖고 있다. 진목도는 관사도를 비롯한 여느 섬들과 달리 물이 풍부하고 해안은 백사장보다 벼랑으로 솟은 해식애가 발달했다. 해수담수화시설이 들어서기 이전에도 '안동네'에 4개, '높은나리'에 3개, 산등성의 밭에 1개 등 모두 8개의 공동우물이 있어 식수만큼은 섬 생활의 불편이 되지 못했다. 해수담수화시설도 해수가 아닌 지하수를 정수하여 사용하고 있다.

'안동네'의 우물터와 정자. 2025.6.27/뉴스1 ⓒ News1 조영석 기자

면적 0.48㎢의 작은 섬이지만 갈목도, 갈도, 북섬, 식나도, 양간도, 딴섬 등의 부속 섬을 갖고 있다. 이들 부속 섬은 갈목도를 제외하고 모두 무인도이지만 미역과 톳, 김. 파래 등 자연산 해조류가 풍부해 귀한 대접을 받는다. 또 돗여, 상간여, 도동여, 솟발여, 송여 등 여러 암초는 어류의 활발한 서식처로 이용되면서 돔이나 우럭, 농어, 장어 등이 잘 잡힌다.

'높은나리' 벼랑 아래 선착장너머로 북섬이 자리하고 있다. 2025.6.27/뉴스1 ⓒ News1 조영석 기자

목포에 살다 5년 전 남편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와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다는 박원희 씨(70)는 "진목도는 쌀만 안 나오고 모든 것이 다 나오는 복 받은 섬이다"며 활짝 웃었다. "갱변의 물이 빠지면 고동이나 전복을 줍거나 지천으로 널린 해초를 뜯어 반찬하고, 물이 들면 남편과 함께 인근 무인도로 가서 우럭이나 농어 잡아 온다"는 것이 박 씨의 '진목도 귀거래사'이다.

갱변의 물이 빠지면 고동이나 전복을 줍거나 지천으로 널린 해초를 뜯어 반찬하고, 물이 들면 남편과 함께 인근 무인도로 가서 우럭이나 농어 잡아...

박 씨는 남편과 함께 진목도 주변의 무인도를 임대해 7월에서 8월까지 한 달간의 돌미역 채취를 경제활동으로 삼아 살고 있다.

'안동네'돌담길. 2025.6.27/뉴스1 ⓒ News1 조영석 기자

진목도 주변에 형성된 멸치 어장도 사라지고 쑥을 재배하던 밭도 미겨(묵혀) 있으나 바다만은 여전히 밥줄 같은 희망으로 주민들의 곁을 지키고 있다.

부속섬 갈목도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관사도초등학교 갈목도분실이 있었지만, 지금은 2가구 4명이 전주민이다. 진목도 북동쪽의 장구처럼 생긴 쌍둥이 섬은 '북(北)섬'이라 쓰지만 주민들은 '북(鼓)섬'이라 읽는다. 어떻게 쓰고 읽던 빼어난 절경은 눈길을 놓아주지 않는다.

/여행 안내/

'여유롭고 한적한 여행을 위한 최적지'

관사도와 진목도는 섬 전체가 자연 식생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섬으로 여유롭고 한적한 여행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하다. 화장기 없는 섬의 소박한 얼굴을 만날 수 있다. 숙박시설이나 생필품을 파는 가게가 없다. 필수품은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 다만 관사도에서는 예전의 경찰초소를 펜션으로 개조, 7월부터 관광객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마을회관을 실비로 빌려 이용할 수도 있다. 숙영도 가능하고 우럭이나 농어 등의 낚시를 즐기기에 최적이다.

진목도 부속섬인 갈목도(오른쪽)와 건너편의 무인도인 식나도. 2025.6.27/뉴스1 ⓒ News1 조영석 기자

목포여객터미널에서 섬사랑 10호와 13호가 격일제로 오전 8시 30분 출항, 진도 쉬미항과 상조도 율목항을 거쳐 관사도에 오후 2시50분쯤 도착한 뒤 곧이어 진목도항에 닿는다. 6시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되지만 뱃길 또한 수려한 다도해와 함께하는 여행길이 된다. 진도항에서 오전 7시20분 출항하는 한림페리호를 이용, 하조도 창류항에서 섬사랑호로 갈아타고 가는 방법도 있다. 다만 한림페리호는 진목도를 경유하지 않는다. 작은 섬이라 차량은 출발지 항구에 두고 가는 편이 낫다. 탑승시 신분증을 필수 지참해야 한다.

자세한 안내는 진도군 관광문화과나 조도면사무소, 국립공원서부사무소 조도탐방센터 등으로 문의하면 된다.

kanjoy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