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물공정 근로자 '골수종' 사망…법원 "작업장서 발암물질 노출"

"공정 중 발생 가능…근로자 안전 외면한 업체에 배상 책임"

광주지방법원 ⓒ News1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작업장에서 '벤젠' 등 유해 물질에 지속 노출돼 골수종으로 사망한 근로자와 관련, 법원이 업체 내 유해 물질 발생과 사망의 인과관계를 인정해 업체 측의 손해배상책임을 명시했다.

광주지법 제4민사부(재판장 박상현)는 A 씨 유가족이 B 생산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B 업체의 '보호의무 위반'을 명시하면서 A 씨 아내와 자녀 등에게 총 2억 7557만 원을 지급하도록 주문했다.

A 씨는 지난 2005~15년 B 업체에서 근무하면서 뜨거운 쇳물을 운반해 주입대에 부어주고 조형제를 도포해 쇳물을 굳히는 등 주물 공정 업무를 맡았다.

해당 업체에서 10년 7개월간 근무한 A 씨는 2015년 말 화순전남대병원에서'다발성 골수종 확진을 받았고, 2021년 9월 결국 세상을 떠났다.

서울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A 씨가 해당 업체에서 벤젠이 함유된 솔벤트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이유로 'A 씨의 발병에 대한 업무 관련성'을 인정했다.

해당 업체의 작업환경을 측정한 결과, 벤젠의 시간가중평균농도(TWA)는 106~0.142ppm이었고, A 씨의 벤젠 누적 노출량은 연간 약 1.252ppm로 추정됐다.

발암물질 벤젠은 다발성 골수종과의 연관 관계도 역학연구를 통해 밝혀진 상태다.

그러나 B 업체는 "공장 주물 공정엔 벤젠 또는 솔벤트를 원재료로 사용한 적 없고, 작업장에서 노출 기준을 초과하는 발암성 물질이나 화학적 인자가 발견된 사례가 없다"며 A 씨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재판부는 "고인은 사업장에서 혼합유기화합물, 페놀, 포름알데히드 등에 노출됐다"며 업체 책임을 명백히 했다.

재판부는 "연구 결과 벤젠을 직접 사용하지 않는 주물 공정 사업장에서 벤젠이 검출됐고, 경화제 주성분이 400도 이상에서 열분해돼 벤젠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고인이 근무한 작업장엔 유리창이 있었지만, 크기가 작고 작업 당시 민원으로 인해 창문을 거의 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매년 작업환경측정을 하면서도 2005년부터 2016년까지 벤젠 검출을 측정하지 않았다"며 "이는 '벤젠의 발생 가능성을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예측할 수 있는데도 그 가능성을 외면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주물 공정 중 혼합·건조·가공·가열 등을 거치면서 포름알데히드, 퓨란 등 결합 화합물이 생성될 수 있는데, 국내 주조 산업은 작업환경이 열악하고, 기업규모가 영세한 경우가 많아 국소 배기장치 등에 의한 제어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업체는 근로자들이 유해 물질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고인과 원고들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A 씨 질병이 유전적 소인, 작업장 외 환경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 A 씨 스스로 안전을 도모할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업체의 손해배상책임을 50%로 제한했다.

sta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