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흘렀지만 아무 것도 변한 것 없다"…'17명 사상' 학동참사 추모식
유가족 200여명 참석…부진한 처벌·추모 공간 조성 쓴소리
우원식 국회의장 "시민 생명·안전 지키는 것 국가 본질적 책무"
- 이승현 기자
(광주=뉴스1) 이승현 기자 = 재개발 현장에서 철거 건물이 무너지며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학동참사 4주기 추모식이 9일 엄수됐다.
광주학동참사유가족협의회는 이날 오후 4시 10분 광주 동구청사 앞에서 참사 4주기 추모식을 열었다.
유가족과 강기정 광주시장, 임택 동구청장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416합창단의 추모공연으로 시작된 추모식은 묵념과 헌화, 추도사, 재난참사피해자연대 발언 순으로 진행됐다.
추모식이 시작되자 유가족들은 4년 전 그날의 아픔이 되살아나는 듯 눈물을 쏟아냈고, 쉴 새 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멍하니 추모식을 지켜봤다.
손수건에 얼굴을 파묻거나 소리 없이 흐느끼기도 했다.
유가족들은 참사 이후 달라지지 않은 사회적 구조 등에 대해 쓴소리를 냈다.
이진의 유가족 협의회 대표는 "그날 이후 우리의 시간은 멈춘 채 고통과 진실을 외면하는 사회와, 책임을 회피하는 권력과, 무관심 속에서 점점 잊혀가는 현실과 끝없이 싸워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반성하지 않는 구조 속에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며 부진한 책임자 처벌과 추모 공간 조성 등에 대해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누구도 억울하게, 비참하게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두고 싸우지 않게 만들기 위해 끝까지 기억하고 외치고 행동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황옥철 유가족 협의회 공동대표는 "유가족의 목소리는 외면당한 채 가해 기업에 세금 혜택이 주어지고 유가족을 대변했던 로펌이 가해 기업을 변호하는 일도 있었다"고 비판했다.
황 대표는 "이익을 추구하며 불법적 방식으로 공사를 발주한 재개발 조합은 단 한 번도 사과하지 않고 오히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재개발을 추진하며 참사를 지우려 한다"며 "지금이라도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이어가고자 하는 사회 활동에 책임 있게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추모사를 통해 "시민의 안전과 생명 중심의 도시 광주를 만들겠다"고 했다.
영상 메시지를 전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재발 방지 대책과 제도 개선에 힘쓰겠다고 전했다.
우 의장은 "사람의 생명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는 가장 기본적인 진리를 제도와 현장에서 반드시 실현해 내야 한다"며 "시민과 생명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가장 본질적 책무임을 마음속에 새기고 국회가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임택 동구청장은 "이 시간을 단지 과거를 추모하는 시간으로 만들지 않겠다"며 "오늘의 기억이 내일의 행동으로 이어지고 유가족의 슬픔이 사회 전체의 약속이 되도록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4년 전 이날 오후 4시 22분쯤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현장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무너지며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쳤다.
검경 수사 결과 공사 현장에 해체 계획서를 무시한 안전 불감증과 공사비 절감으로 인한 날림 공사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pepp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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