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사전투표율 52.12% '역대 최고'…목표치 92.5% 넘어설까

12·3 계엄·탄핵 정국 거치며 내란 종식 민심 투표장으로
전방위 투표 참여 캠페인도 한몫…최종 투표·득표율 관심

광주시청에 걸린 투표 독려 현수막.(광주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뉴스1) 박준배 기자 = '민주주의 이정표'로 불리는 광주의 제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율이 50%대를 넘어서면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내란 종식을 바라는 시민의 열망이 투표장으로 향했다는 분석이 나온 가운데 광주시와 5개 구청 등 광주공동체가 목표로 세운 최종 투표율 92.5%를 달성할지 관심이 쏠린다.

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9~30일에 실시한 사전투표 결과 광주는 유권자 119만 4471명 중 62만 2587명이 투표해 투표율 52.12%를 기록했다.

전남 56.50%, 전북 53.01%에 이어 전국 세 번째이고 광역시 중에서는 가장 높다. 사전투표 제도가 전국 단위 선거에 처음 도입된 2014년 이후 역대 최고 기록이다.

헌정사상 첫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2017년 제19대 대선 때 광주 사전투표율은 33.67%(유권자 116만 6901명 중 39만 2896명), 제20대 대선 때는 48.27%(유권자 120만9206명 중 58만3717명)였다.

광주의 높은 사전투표율은 '과거가 현재를 돕고 죽은 자가 산자를 구한다'고 밝힌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처럼 비상계엄의 상처를 가진 80년 5·18민주화운동의 영향이 크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80년 5월의 상처를 안고 있는 광주는 다른 여느 도시와 달리 긴박하게 움직였다.

그날 늦은 밤, 강기정 광주시장과 시의원, 각 구청장, 시민사회와 종교계 대표 등 30여 명은 한자리에 모여 긴급 연석회의를 열었다. 전국 자치단체 가운데 민관이 함께한 대책 회의는 광주가 유일했다.

윤석열 탄핵안이 극적으로 국회에서 가결되고 조기 대선이 성사되자 광주시민은 내란 세력 척결을 최우선으로 외치고 민주주의 회복, 정권 심판, 국론 통합, 민생 회복 등을 주문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이 12.3 비상계엄이 선포된 직후인 4일 새벽 시청 중회의실에서 광주시의회, 광주 5개 자치구, 5·18단체,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 및 종교단체 대표자들과 '광주 비상계엄 무효선언 연석회의'에 참석해 회의를 하고 있다.(광주시 제공)2024.12.4/뉴스1

실제로 사전투표가 치러진 이틀간 광주지역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는 새벽 오픈런이 나타나는 등 진풍경이 펼쳐졌다.

후대에 다시는 계엄을 겪게 하고 싶지 않다며 아침 일찍부터 집을 나선 어르신, 출근 전 짬을 낸 직장인, 첫 투표에 설렘을 안고 온 청년 등 남녀노소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높은 사전투표율의 또 다른 요인은 국민의힘으로 대표되는 보수정당의 지속적인 우클릭 행보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서진 전략'을 통해 '호남 끌어안기' 행보를 보였으나 최근엔 사실상 '호남 패싱'을 해 광주 민심이 돌아섰다는 것이다.

사전투표 제도의 정착과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활발하게 펼친 '투표 참여 캠페인'도 투표율 상승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광주시는 '투표가 힘입니다'를 슬로건으로 공직자, 노동자, 청소년, 이주여성은 물론 지역 경제계, 교육계, 요양시설 등 각계각층을 아우르는 전방위적 투표 참여 캠페인을 13차례 벌여 주목받았다.

5·18민주화운동의 현장인 '전일빌딩 245' 외벽에 내건 '투표가 힘입니다' 현수막은 대선을 앞두고 민주시민으로서 권리와 책임을 직관적으로 알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광주의 높은 투표율은 정권심판론뿐만 아니라 호남홀대론 타파와 이제 더 이상 지역 발전을 미룰 수 없다는 민심의 표출로도 해석된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각 정당 대선 후보는 국가 인공지능 컴퓨팅센터 광주 유치 등을 통한 AI 선도 도시 조성이나 5·18정신 헌법전문 수록, 아시아 콘텐츠 거점도시 고도화 등 지역민들의 염원이자 지역 발전 공약을 들고 나왔다"며 "계엄 등을 거치며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투표를 통해 제대로 된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는 인식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제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둘째날인 30일 광주시 광산구 운남동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2025.5.30/뉴스1 ⓒ News1 김태성 기자

뜨거웠던 사전투표 열기에 힘입어 본투표에서도 광주지역이 자체 최고 투표율을 경신하고 90%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할 수 있을지, 희생 위에 쌓아 올린 자유와 권리를 누리기 위한 광주시민의 선택이 다시 한번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이정표가 될지 주목된다.

nofatejb@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