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피해자 곁 지키는 '증인지원관'…사전 상담부터 심리 치유까지
법정의 숨은 조력자…한 달 평균 40명 증인 지원
"위축되지 않고 진실을 말할 수 있도록 돕는 일"
- 최성국 기자, 박지현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박지현 기자 = "피해자가 위축되지 않고 진실을 말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게 저희 일입니다."
시민들이 일반적으로 접하기 힘든 '증인지원관'. 일반적인 형사사건 증인들은 물론, 성폭력 범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아동학대범죄, 아동보호사건 등 특별증인으로 서야만 하는 이들을 위한 법원의 '숨은 조력자' 역할을 수행한다.
26일 광주법원에서 만난 송두옥 광주법원 증인지원관(사무관)은 "쉽지 않은 일인 건 분명하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증인지원서비스'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평소 업무를 소개했다.
증인지원관의 업무는 복잡하고 섬세하게 이뤄졌다. 출석 전 상담을 통해 증인과 만날 장소와 시간을 정하고, 법원 도착 후에는 가해자와의 분리를 위해 철저하게 동행이 이뤄진다. 특별증인의 경우 법원 내부적으로도 피고인과 피해자 동선이 철저하게 분리돼 있다.
이날 법원 1층 증인지원실에서 스토킹 피해자를 만난 그는 법정이 낯설 증인을 위해 3D로 된 팝업책을 펼쳤다. 책은 아이들이 보더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판사와 검사, 피고인, 검사 등의 위치와 역할이 캐릭터로 표현돼 있다.
증인이 해야 할 선서와 증언거부권 등을 꼼꼼하게 안내한 뒤에는 증인을 화상증인실로 안내했다. 화상증인실은 재판부와 검사, 변호사가 화면이나 목소리만을 통해 원격으로 증인신문이 이뤄지도록 시스템을 갖췄다.
송 사무관은 증인에게 '해피인형'을 건네며 두려울 땐 꽉 쥐어도 괜찮다고, 용기를 북돋아주기도 했다. 증언이 끝난 증인을 법원 바깥으로 안내하며 치유상담을 해주고 전문 상담 기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그의 이날 업무는 끝이 났다.
이렇게 광주법원에서 특별증인지원을 받는 증인은 한 달 평균 40명. 광주법원에선 송 사무관을 포함해 2명이 해당 업무를 도맡고 있다.
이들의 업무에는 '피해자 보호'라는 막중한 책임감과 감정적 소모, 그리고 뿌듯함이 담겨 있었다.
증인지원관 업무는 감정적 소모가 큰 '기피 보직'으로 꼽힌다. 증언 전 공소사실을 미리 읽어야 하며 성범죄 사건은 내용 자체가 충격적이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피해자 보호'와 '피고인에 대한 방어권 보장'이라는 양립적 문제를 균형 있게 다루려 하지만 성폭력 피해자의 경우 세부적으로 묻는 심문 과정을 버거워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특히 미성년자의 경우 씩씩하게 법정에 들어가기도 하지만 1시간 넘게 지속되는 신문과 변호사의 압박에 울면서 법정을 나오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마다 증인지원관은 마음을 다잡는다.
성폭력 사건이 몰리는 날이면 증인마다 사전설명과 심리적 안정이 필요한데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또다른 증인지원관은 "설명하다가도 다음 증인이 도착하면 쫓기게 된다. 저희가 불안하면 그게 증인에게도 전염될 수 있어 걱정되기도 한다"고 했다.
광주지법에는 증인지원관 2명이 배치돼 있으나 이 중 1명은 겸임 중이라 사실상 1.5명 체제로 운영된다.
그럼에도 증인지원서비스에 대한 지난해 설문조사 결과 광주법원의 증인지원관에 대한 만족도는 100%에 달했다.
법원은 앞으로도 영상 증언 활성화, 지원 인력 확대, 시설 개선을 통해 증인지원제도의 내실화를 꾀할 방침이다.
설범식 광주고등법원장은 "친절한 안내와 안정된 환경, 피고인과의 분리 등이 증인의 만족도를 높인 요인일 것이다"며 "증인들이 와서 편안하게 증언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증인지원서비스는 2013년 성폭력 피해자 보호를 시작으로 도입돼 현재는 스토킹 등 보복 위험이 있는 사건뿐 아니라 일반 형사사건 전반으로 확대됐다.
war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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