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화재 열흘 지났지만…"연기·분진에 아직 집 못 들어가"

주민 설명회 참석한 주민들 '피해 호소'
보상 가이드라인 제시·공장 이전 요구

26일 오전 광주 광산구 어룡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린 금호타이어 화재 사고 대응 주민설명회에서 질의응답이 이어지고 있다. 2025.5.26/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광주=뉴스1) 이승현 기자 = "불이 난 날부터 제 집에 못 들어가고 있어요."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인근 주민들이 지난 17일 발생한 화재 여파로 겪는 피해를 호소했다.

공장 바로 맞은편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 A 씨는 26일 광주 광산구 어룡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린 '금호타이어 화재 사고 대응 주민 설명회' 참석해 현재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가족 4명이 동생·삼촌·지인 집에 흩어져 생활하고 있다고 밝혔다.

A 씨는 "집에 연기와 분진이 들어와 손바닥으로 닦으면 시커먼 게 묻어난다. 청소를 해도 묻어나는데 어떻게 집에 들어가 잠을 자겠냐"며 "정신적 스트레스가 상당하다"고 울먹였다.

인근 주민 B 씨는 식기, 가재도구 등에 분진이 쌓여 음식을 해 먹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세탁기에 쌓인 분진은 제거해 옷을 세탁하고는 있지만 단순 세탁으로 분진 등 불순물이 제거되는 건지, 언제쯤 공기 청정기 대신 창문을 열어 환기할 수 있는 건지 답답해했다.

B 씨는 "마스크를 언제까지 착용해야 하는지, 환기 시점 등 주민 기본 생활 수칙 등을 공유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C 씨는 아직까지 지속되는 냄새에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그는 빨래를 해도 계속 나는 타이어 탄 냄새가 이어지면서 어지러워 집에서 생활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공장 인근 10개 아파트 주민 200여 명은 공통적으로 눈과 목이 따갑다는 건강 이상을 호소했다.

이들은 병원 치료 시 소견서를 받아야 하는지, 물적 피해 보상은 언제부터 시작하는지, 공장 몇 ㎞ 반경까지 피해 보상이 포함되는지 등 구체적인 피해보상 가이드라인 제시를 요구했다.

아이들이 다니는 통학로와 놀이터 등에도 화재로 인한 분진과 먼지가 많이 쌓인 만큼 청소에 대한 필요성도 건의했다.

고령의 주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만큼 거동이 불편한 이들을 위해 보건소에 방문 치료를 요청하기도 했다.

또한 화재가 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 대한 이전을 강하게 요구했다.

26일 오전 광주 광산구 어룡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린 금호타이어 화재 사고 대응 주민설명회에서 질의응답이 이어지고 있다. 2025.5.26/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박병규 광산구청장은 "아직 금호타이어 측으로부터 구체적인 피해 보상 가이드라인을 받지 못했다"면서 "진찰을 받은 경우 객관적 증명을 위해 소견서를 발급받고, 세탁비 등 물적 피해에 대해서도 영수증 등 증빙 서류를 챙겨 기록을 남겨야 할 것 같다"고 당부했다.

박 구청장은 "주민 편에 서서 피해 복구와 일상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주민설명회는 광산구의 현재까지 대응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주민 질의응답 방식으로 진행됐다.

오는 28일 종료되는 피해 현황 신고 접수는 금호타이어 측과 현장 접수처 마련 또는 콜센터 운영 등을 상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 합동 감식까지는 3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구는 판단했다.

pepp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