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으로 사는 인생…밥 한 그릇 더 짓고 주변에 나눠주고파"
[빛, 나눔] 40년간 음식 나누는 한백년식당 최선희 대표
유방암 극복…"조금 더 부지런하면 도움 줄 수 있어"
- 이승현 기자
(광주=뉴스1) 이승현 기자 = "내가 눈 감는 날, 더 열심히 나누고 살지 못한 걸 후회하고 싶지 않아요."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길목에 위치한 한백년식당. 이 식당의 대표 최선희 씨(72·여)는 30대 젊은 시절부터 40년 넘게 음식과 마음을 나누고 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기엔 더위와 추위에 고생하는 임시선별진료소 직원들을 위해 면역력 향상 효능이 있는 식초 600병을 만들어 내놨다.
매년 김장철엔 수백㎏에 달하는 김치를 담가 가정폭력 쉼터, 가족센터, 자립청년지원센터 등에 나눔했다.
일주일에 두 차례 손맛이 담긴 정갈하고 푸짐한 건강밥상이 차려진 '만원의 식사'로 얻은 수익금 전액을 청소년을 위한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이 다가올 때면 참배 독려를 위한 '천원밥상'을 준비하고, 모인 금액은 자립 청년 등 지역의 소외된 이웃을 돕는 데 썼다.
최 대표의 행동에 감사한 마음을 담아 광주지역 여행사 대표들이 십시일반 모아 기탁한 성금마저도 그는 김치를 담그는 데 사용해 조손가정에 전달했다.
그가 직접 담그는 발효식초와 제철 김치, 손맛 가득 담은 밥상부터 식재료 등 기부 품목과 기부처 등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최 대표의 이러한 나눔 정신은 어머니에게 물려받았다.
과거 한정식집을 운영하던 어머니는 오후가 되면 국밥과 국수, 수제비 등을 만들어 무료 급식소처럼 어려운 사람에게 베풀었다.
최 대표는 어린 나이에 어머니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결혼하고 자식을 키우면서 자연스레 '어머니가 옳았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길고 길었던 유방암 투병생활도 영향을 줬다.
15일 취재진과 만난 그는 "병을 낫게만 해준다면 봉사하는 삶을 살겠다고 매일 같이 부처님께 빌었다"며 "평생 해온 일이 음식이니 완치해 덤으로 사는 인생, 다른 사람들에게 밥 한 그릇 더 지어드리고 무엇이든 나누고자 했다"고 말했다.
최근 최 대표는 경로당 어르신을 비롯해 음식물 쓰레기 수거 미화원, 119 대원 등 우리 사회에서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이들을 초대해 무료로 식사를 대접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소년소녀가정과 한부모 가정 등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한 방법도 구상하고 있다.
그는 "내가 어릴 적 힘들었던 경험이 있다"며 "자라나는 시기의 아이들이 나쁜 마음 먹고 자라지 않도록 조력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경제적으로 풍족하진 않지만 내가 조금 더 아껴서 열심히 나누고 산 것에 후회 없으려고 한다. 내가 조금만 더 움직이고 열심히 하면, 얼마 안 되지만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이게 나의 가장 큰 행복이다. 힘들기도 하지만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진다"면서 웃음지었다.
pepp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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