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결제에 응원봉까지…尹파면 이끌어 낸 'MZ 집회' 조명

[尹탄핵인용] 광주 5·18 주먹밥 대동정신 살아나
시민행동 "힘 모아달라고 할 때마다 손 내밀어줘"

지난해 12월 8일 오후 광주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 ‘헌정유린 내란수괴 윤석열 체포, 구속촉구 제5차 광주시민 총궐기대회’에서 참가한 시민들이 직접 만든 응원봉과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12.8./뉴스1 ⓒ News1 김태성 기자

(광주=뉴스1) 이승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함께 계엄 정국 동안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집회 문화가 재조명되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는 122일간 '불법 계엄'을 규탄하고 '윤석열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들이 끊이지 않았다.

광주의 경우 국회의 탄핵 소추안 2차 표결일인 지난해 12월 14일 대규모 집회가 예고되자 집회 참여자들이 인근 카페와 음식점에서 무료로 음료와 간식 등을 먹을 수 있도록 미리 결제를 해놓는 '선결제 릴레이'가 이어졌다.

커피 500잔, 김밥 100줄을 비롯해 최소 1만 원부터 수백만 원까지. 45년 전 5·18 당시 주먹밥을 나누던 대동정신이 다시 실현된 것.

광주 지역 학교 교장 100여명의 후원을 받은 한 교장은 지난해 12월부터 집회 현장에서 갓구운 붕어빵을 나눠줬다.

집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을 담아 총궐기대회를 주관하는 광주 비상행동에 후원도 잇따랐다.

5·18민주화운동을 의미하는 518원부터 수십만, 수백만 원 등이 집회에 참석하는 이들을 위해 써달라며 하루 만에 1000만 원 상당의 금액이 모였다.

추위에 현장을 지키는 이들의 건강을 생각해 핫팩, 깔개, 따뜻한 커피와 차, 주먹밥, 컵라면 어묵 등 먹거리 기부까지 줄을 이어 후원금과 물품을 합산하면 1억 원이 넘을 것으로 주최 측은 추산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2차 표결을 앞둔 14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시민들의 후원으로 마련된 나눔 부스에서 어묵을 나눠주고 있다. 2024.12.14/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집회 당일엔 시대의 변화에 따라 촛불 대신 휴대전화 플래시가 켜졌다. MZ 세대들은 자신들의 방식으로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가수와 아이돌의 응원봉을 들고 나왔다.

K-pop을 개사한 탄핵 노래에 맞춰 응원봉을 흔들며 새 방식으로 탄핵을 촉구했다. 44차례에 걸친 광주 탄핵 찬성 집회에서는 매번 걸그룹의 노래에 맞춰 탄핵을 촉구하는 콘서트 같은 모습들이 연출됐다.

집회에 참여한 임창훈 씨(51)는 "1980년 피로 물들었던 금남로는 2024년 12월 K팝과 공연, 응원봉 등 다른 모습으로 가득 채워졌다"고 말했다.

186개의 광주시민사회단체가 총집결해 집회를 이끌어온 광주 비상행동은 '시민들의 열정과 의지'로 탄핵이 이뤄졌다고 말한다.

홍성칠 광주비상행동 상황실장은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냐"며 "무조건적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힘을 모아달라고 할 때마다 손을 내밀어 줬고 이끌어 주기까지 했다"며 "시민들이 없었다면 집회를 열 수도 없었다"고 소회했다.

그렇게 바라던 탄핵이 됐지만 그는 응원봉을 든 이들이 바라는 세상을 만들 때까지 아직 끝난 게 아니라고 했다.

홍 실장은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 여야를 바꾸느냐도 중요하지만 그들이 바라고 꿈꾸는 나라, 내란이 벌어지지 않는 사회적 구조를 만들어야 우리의 역할을 다했다고 할 수 있다"며 "MZ세대들이 바꾼 집회 문화와 참여 정신은 그 밑바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pepp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