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천사들일까? '19년째 놀라운 선행' 구둣방 부부

[빛, 나눔] 광주 신세계 구두수선, 김주술·최영심 부부
"감동한 손님들 거스름돈 안 받아…보람과 기쁨 느껴"

편집자주 ...내 가족, 내 동네, 내 나라라는 표현보단 우리 가족, 우리 동네, 우리나라라는 말이 더 자연스럽다. 우리들 마음에 '공동체 정신'이 녹아 있어서다. 자신의 빛을 나눠 우리 공동체를 밝히는 시민들을 소개한다.

광주 동구 대인동에 위치한 신세계 구두수선에서 수선비용 일부를 19년째 기부하고 있는 김주술·최영심 부부가 돼지저금통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5.3.7/뉴스1

(광주=뉴스1) 박지현 기자 = "손님이 수선비 5만 원 주면 1만 원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하고 있습니다."

19년째 어려운 이웃들에게 기부를 실천해 훈훈함을 자아내는 이들이 있다.

광주 동구에서 구두 수선가게를 운영하는 김주술 씨(70)와 최영심 씨(71) 부부가 그 주인공이다.

김 씨네 부부의 '신세계 구두수선'은 수제화가 빼곡히 들어선 2평 남짓한 공간이다. 무채색의 구두 속 빨간 돼지저금통이 자리하고 있었다.

부부는 구두수선 비용의 10%를 빨간색 돼지저금통에 모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한다. 저금통은 그동안의 선행을 보여주듯 갈라져 테이프로 봉합된 모습이었다.

입구에는 큼지막히 걸려 있는 신문기사와 주요활동 사항도 눈에 들어왔다. 그동안 김 씨 부부가 이어온 기부에 대한 일종의 훈장이다.

기부를 시작한 계기에 대해 묻자 쉴새 없이 구두 밑창에 접착제를 바르던 김 씨는 잠시 돋보기를 벗으며 과거를 떠올렸다.

젊은 시절 충장로 일대에서 수제화 제작 기술을 익힌 김 씨는 제화점을 차려 성공했다.

성공가도를 달리며 유통업에 뛰어들었던 1997년 시련이 찾아왔다. IMF 외환 위기 여파로 사업이 실패하면서다.

김 씨는 "좌절감이 심해 삶을 포기하려고까지 생각했다. 그러다가 나에게는 먹고 살 기술이 있기에 구두수선집을 차렸다"고 했다.

생계는 어려웠지만 비슷한 아픔을 가진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자하는 마음은 2006년 첫 기부로 이어졌다.

그렇게 김 씨 부부가 북구청과 동구청에 낸 기부금은 3000만 원에 달한다.

이들의 선행이 알려지자 일부 손님은 수선비용보다 더 내거나 거스름돈을 받지 않기도 한다. 나주 등 먼 곳에서 일부러 이곳을 찾는 손님도 있다.

그는 "부산에 사는 아들이 한번은 '아버지가 고생하는 모습에 마음이 아프다'며 눈물을 보인 적 있다"며 "말이 아닌 행동으로 사회에 보탬이 되는 모습을 가르치려는 것"이라며 웃었다.

이들 부부의 바람은 '온기가 넘치는 사회'에 일조하는 것이다.

김 씨는 "작은 나눔이지만 이 온기가 전달되면 결국 따뜻한 사회로 나아가지 않겠냐"며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기부라는 아름다운 흔적을 남기고 싶다"고 전했다.

war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