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 재심 시작…"부당 수사" 증언 잇따라

전문가들 "조사자 확증 편향…강압·회유 다수" 분석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 피고인 A 씨가 재심 결정에 따른 형 집행정지로 풀려나 전남 순천교도소에서 나오고 있다.2024.1.4/뉴스1 ⓒ News1 김동수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재심이 시작된 '막걸리 청산가리 살인 사건'의 두 번째 공판에서 사건 발생 당시 검찰의 강압 수사를 지적하는 전문가 증언이 잇따랐다.

광주고법 제2형사부(재판장 이의영)는 11일 살인, 존속살해,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 씨(74)와 그의 딸(40)에 대한 재심 재판을 열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화학 분야 대학교수는 '사건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청산가리 검출 보고서가 불명확하게 표기됐다'며 이 보고서를 토대로 한 경찰 실험의 오류 가능성을 증언했다.

이 교수는 "국과수 보고서엔 검출된 청산가리 양에 대한 불명확한 표현을 썼다"며 "일반적인 청산가리 검출량 표기는 KCN(사이안화칼륨)으로 해야 하는데, CN-(청산 음이온)의 무게가 적혀 있었다. 2가지의 무게는 분명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찰은 이를 KCN으로 생각해 실험했다. 초기 조건이 틀렸고 실험에 중요한 온도조절도 이뤄졌을지 의심되는 문제점들이 있었다"며 "청산가리를 이 보고서처럼 타기 위해선 어느 숟가락을 쓰던 30~40번 이상 사용해 막걸릿병에 넣어야 한다"고 증언했다.

검찰의 강압수사가 명확했다는 전문가 증언도 나왔다. 경찰청 등에서 전문심리위원으로 활동하는 한 전문가는 "피고인의 정신건강에 대한 의견서에 문제가 있다"며 "딸의 경우 경계선 지능 장애가 있지만 당시 의견서는 이 딸의 평가 결과에 대한 최저점을 제시하지 않고 최고 수준으로만 작성했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 전문가는 "수사 녹화 영상들을 살펴보면 확증 편향을 가진 조사관들 질문이 너무 많고, 두 부녀를 이간질하거나 피의자들이 진술하지 않은 정보를 조사관이 먼저 얘기하고 진술조서에 남기는 양상이 많았다"고도 말했다.

그는 "이런 내용들은 모두 피의자가 자유롭게 얘기한 것처럼 조서에 기재됐고, 조사자는 명백히 피의자의 지적 능력이 부족한 것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조사 전반적으로 회유와 강압이 빈번했다"며 "이런 식으로 얻어진 피의자들의 진술은 진술 신빙성이 없고 신빙성을 판단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A 씨 부녀는 지난 2009년 7월 6일 전남 순천에서 막걸리에 청산가리를 타 이를 마신 A 씨 아내를 포함해 2명을 숨지게 하고, 다른 주민 2명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돼 2012년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이들은 1심에선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2심에선 각각 무기징역, 징역 20년형에 처해졌다.

그러나 법원은 2022년 이 사건 재심 청구에 따라 재심 개시의 이유가 있음을 인정했고, 다시 항소심으로 넘어온 재판은 검찰의 허위 수사 여부와 각 증거의 증거 능력 등을 핵심 쟁점으로 다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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