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 vs 안전…'큰뿔 사슴떼'로 골머리 앓는 생태수도 순천시

6만명 거주 조례동·용당동 아파트단지 곳곳서 발견
4→70마리 개체수 급증…"환경부, 관리방안 관심 가져야"

전남 순천의 한 아파트단지에 출몰한 사슴떼.(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2025.2.3/뉴스1

(순천=뉴스1) 김동수 기자 = 전남 순천시가 도심과 아파트단지에 잇따라 출몰하는 '큰 뿔 달린 사슴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관련법상 민원이 발생하더라도 사슴을 구조한 뒤 방생하는 방법 외엔 뚜렷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생태수도 일류 순천'이라는 슬로건에 따라 사슴과 공존해야 한다는 반면 '안전 위협'을 느낀다며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순천시의 어느 아파트단지 근황'이라는 제목으로 글과 사진, 영상이 퍼지면서 누리꾼들의 관심이 폭발적이다.

'수원·광교 꽃사슴 사건 잊었냐', '대형견보다 큰 동물이 목줄 없이 돌아다녀?', '울음소리가 요란해 소음 문제', '아이들 하교길에 사슴 무리 만났다고 생각하면 아찔', '아이 엄마 입장에선 무서울 수밖에' 등 관리 방안을 마련해달라는 글이 게시됐다.

반면 '사슴을 보호하자면서 자기 영역에 들어오면 불편하다니 인간들의 양면성', '사슴 서식지에 산을 깎아서 아파트 지었으니', '내버려둬라 생태도시인데 공존하자', '아이들이 동물 보면서 커야 정서에 좋다'는 등의 반응도 나오고 있다.

순천 봉화산 일대 꽃사슴은 60~70마리(추정)가 서식 중이다. 15~20년 전 조례동 사슴농장에서 탈출한 4마리가 이곳에 서식하면서 개체 수가 급증했다.

봉화산 주변은 조례동(인구 5만 2000명)과 용당동(1만 1000명) 일대 대규모 아파트단지와 큰 도로가 위치해 있어 자칫 로드킬·인명피해 위험성마저 낳고 있다.

전남 순천시 한 아파트 단지에서 포착된 꽃사슴떼.(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2025.2.3/뉴스1

꽃사슴은 10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짝짓기 시기로 사슴을 마주할 경우 위협적인 행동을 하면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 동물 특성상 본능적으로 생존 위협을 느낄 경우도 공격할 수 있다.

사슴은 야생동물이 아닌 가축으로 분류돼 사실상 포획과 살상이 어렵다. 관련법 개정 등이 이뤄져야 하지만 이마저도 무차별 사냥 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동물단체 한 관계자는 "순천이라는 특정 지역에서 일어나는 사안이지만 중앙부처 등에서도 함께 고민하고 관심을 가져야할 문제"라며 "사슴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난 뒤에 대책을 마련하기보다 미리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순천시는 지난해 12월 동물자원과, 공원녹지과, 순천소방서 등 두 차례 대책회의를 가졌으나 뚜렷한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먹이주기, 산 주변 울타리 설치, 중성화 수술 등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인 '번식' 자체를 막기란 어렵다는 입장이다.

사슴을 포획하더라도 마땅한 장소 마련이 쉽지 않고 전문 인력도 없는 탓에 속앓이만 커지고 있다. 시는 환경부와 동물단체 등과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방안 마련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순천시 관계자는 "먹이를 이용해 일부 사슴부터 개체 수 파악을 한 뒤 번식기에 중성화 수술이 가능한 지 관련법을 들여다보고 있다"며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조속히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kd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