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앞두고 '호남 최대 전통시장' 광주 양동시장서 화재…하마터면
피해 상인 망연자실…인근 상인들 가슴 쓸어내려
소방당국 현장 감식…전기 요인 추정
- 박지현 기자
(광주=뉴스1) 박지현 기자 = "아직도 가슴이 벌렁거려. 설 명절 대목이라고 비싼 감자랑 파프리카 잔뜩 들여왔는데…."
22일 오전 광주 서구 양동시장 내 채소 상회. 대목인 설 명절 연휴를 사흘 앞두고 발생한 화재에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불길이 시작된 간판과 천장 부근은 새까맣게 그을렸고 가게 내부는 뼈대만 남아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그을렸다.
가게 앞은 손님들에게 내보이지 못한 대파와 고추, 파프리카, 마늘이 짓이겨진 채 곳곳에 나뒹굴었다.
화마의 여파로 냉장고도 고장나 문이 열려 있었고, 인근 가게까지 흘러간 물은 불을 끄려던 흔적을 여실히 보여줬다.
순찰 돌던 경비원이 불길을 잡으려 했던 소화기도 잔해물 속에 파묻혀 있었다.
명절을 맞아 장을 보러왔던 손님들은 잔해물을 한참 들여다보며 "대목 앞두고 무슨 일이냐"며 안타까워했다. 인근에서 장사를 하는 60대 상인은 깜짝 놀라며 안부를 묻기도 했다.
화재 여파로 피해를 입은 박 모 씨(67·여)의 얼굴에는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는 전날 공판장에서 명절에 팔 물건을 입찰했다. 한 박스당 5만 원대인 감자를 비롯해 파프리카 등 비싼 채소도 함께 들였다.
박 씨는 "불을 끄면서 채소들이 다 물에 젖어버렸다"며 "대목을 앞두고 물건을 많이 들였는데 다 내버려야 한다. 아직도 가슴이 벌렁벌렁하고 속상할 뿐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불길은 번지지 않았지만 인근 상인들도 가슴을 쓸어내렸다.
인근 젓갈가게 상인은 "장사를 했으면 100만 원 이상도 벌 대목인데"라며 안타까워했다.
화재가 난 가게 옆에 인접한 채소가게 상인 김 모 씨(61·여)는 냉장고가 고장나 발을 동동 굴렀다.
그는 "불을 끄면서 물이 흘러넘어와 냉장고가 고장났다. 안에 있던 물건을 다 버리게 생겼다"며 울상을 지었다.
양동시장 내 채소가게에서는 설 연휴를 사흘 앞둔 22일 오전 0시 6분쯤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간판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미루어 전기적 요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여파로 소방 추산 837만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현장 감식 등을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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