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 응원 속 91세·87세 만학도 부부가 받은 중학교 졸업장

고흥남양중 만학도 송삼수·박정애 부부의 특별한 졸업식

송삼수 할아버지와 박정애 할머니가 중학교 졸업장을 받고 기뻐하고 있다.(고흥남양중학교 제공)/뉴스1

(고흥=뉴스1) 조영석 기자 = 열여섯, 열둘의 나이에 각각 초등학교를 그만둔 뒤 아흔 줄에 접어들거나 아흔 살이 넘어 중학교 졸업장을 받은 할아버지·할머니 부부가 탄생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0일 고흥남양중학교에서는 올해 아흔한 살의 송삼수 할아버지와 여든일곱 살의 박정애 할머니 부부가 3년간의 중학교 과정을 마치고 졸업장을 손에 쥐었다.

할아버지는 해방 후 처음으로 문을 연 국민학교(초등학교) 6학년 시절 한국전쟁을 맞아 중학교 진학을 중단해야 했다. 같은 학교 2년 후배였던 할머니도 마찬가지였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이후 가정을 꾸리고 3남1녀의 자녀들을 모두 출가시킨 뒤 접었던 배움의 꿈을 다시 품고 지난 2022년 중학교 교문을 두드렸다. "학교 다니는 게 소원이었다"는 2년 터울의 선후배는 70년의 세월도 훌쩍 지나 중학교 동급생이 되어 마침내 ‘소원’을 이뤘다.

학교측에서도 할아버지·할머니를 위해 맞춤형 교육과정으로 학습에 대한 흥미와 열정을 북돋웠다. 산수과목에 강했던 할어버지와 할머니는 수학 시간에 논리 퍼즐과 스도쿠 같은 창의적 활동을 통해 즐겁게 도전했고, 영어 수업에서는 알파벳부터 간단한 실생활 표현까지 익히며 새로운 배움에 흠뻑 빠져들었다.

특히 매주 진행된 시 쓰기 프로그램에서 할아버지는 '고목'이란 제목의 시를 통해 '나무가 늙었다고/늙은 꽃이 피는 것은 아니다//늙은 나무일수록 아름다운 꽃을 이룬다'고 자신의 늦깎이 배움을 자랑스러워 했다.

할아버지·할머니의 학교생활은 단순히 학업에만 그치지 않았다. 70살 이상 차이 나는 어린 동급생들과 호흡을 마치고, 때로는 친할아버지, 할머니처럼 학생들을 따뜻하게 품었다.

할아버지는 뛰어난 그림 실력과 손재주로 동급생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며 소통하고, 할머니는 차분하고 상냥한 성격으로 학생들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주며 격려했다.

할아버지·할머니가 보여준 삶의 지혜와 태도는 학교 전체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와 고흥남양중학교에는 지난 3년 동안 단 한 건의 학교폭력 없는 평화로운 공간이 되었다.

졸업식에서 이중호 교장은 "송삼수·박정애 부부께서 보여주신 배움의 열정과 더불어 나눔, 배려, 그리고 경로효친의 자세는 학교와 지역사회 전체에 큰 울림을 주셨다"며 "두 분의 졸업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며 앞으로도 우리에게 깊은 교훈을 남길 것이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날 송삼수 할아버지와 박정애 할머니가 졸업장을 받기 위해 단상에 오르자 전교생과 교직원 모두가 뜨거운 박수로 3년간의 노고와 열정을 축하했다. 졸업식에는 3남1녀의 남매와 며느리, 사위, 손자, 손녀 등 20여 명의 가족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아낌없는 응원을 보냈다.

송삼수 할아버지는 "지난 3년 동안 자미(재미)있게 다니고 좋은 선생님들과 즐겁게 보냈는데 이제 쓸쓸하요"라며 "다리가 불편하지만 읍내에 있는 고등학교에도 꼭 진학하고 싶다"고 말했다.

kanjoy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