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승무원 10년 단짝 "할머니 돼서도 승무원 하고 싶다더니" 오열

[무안 제주항공 참사] 부산서 한걸음에 분향소 달려온 지인
고교 동창 위패 부여잡고 통곡…"내 친구 좋은 곳으로 가길"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종합스포츠파크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조문객들이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12.30/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무안=뉴스1) 이수민 기자 = "할머니 돼서도 승무원 하고 싶다던 언니였는데요…."

'제주항공 참사' 이튿날인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종합스포츠파크에 마련된 합동 분향소에는 희생자들의 지인들이 속속 도착하면서 슬픔만이 가득 찼다.

이날 오후 2시 30분쯤 남편과 아들과 함께 분향소에 도착한 이현주 씨(39·여)는 분향소에 빼곡하게 채워진 위패를 보더니 울음을 삼켰다. 퉁퉁 부은 눈에 상기된 얼굴로 분향을 마친 이 씨는 바깥으로 나와서 한참을 큰 소리로 울었다.

이 씨는 이번 참사로 희생된 82년생 여성 승무원 A 씨의 지인이다. A 씨는 사무장급 승무원으로 두 사람은 10년지기 단짝이다. A 씨는 사고 당시 휴가 중으로, 승객으로서 비행기를 탔다가 변을 당했다.

이 씨는 "제가 부산에 살고 있는데 A 언니가 이번 사고로 죽었다는 이야길 듣고 급하게 무안까지 왔다"면서 "항상 부산에 비행 올 때면 저를 보고 갔다. 남편과도 함께 보고 가족끼리도 너무 친한 언닌데, 친근하고 착한 언닌데 어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모르겠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언니는 할머니가 돼서도 승무원이 하고 싶다던 사람이었다. 사고 당일도 비행기 타기 전 동료들을 위한 피자를 샀다고 이야기했었는데 그게 마지막이 됐다"면서 "언니가 사무장이기 때문에 사고 났을 때 책임감에 승객들에게 '고개 숙이라' 안내했을 모습이 그려진다. 너무 믿기질 않고 슬프다"고 오열했다.

'제주항공 참사' 이튿날인 30일 무안 현지에 마련된 합동 분향소에서 희생자의 고등학교 동창인 이명진 씨(47)가 친구의 위패를 만지며 눈물 흘리고 있다. 2024.12.30/뉴스1

같은 시각 희생자 故(고) 김무오 씨의 지인 이명진 씨(47)도 분향소를 찾아 슬픔을 달랬다. 이 씨는 100여 개의 위패들 사이에서 김무오 씨의 이름을 발견한 뒤 이를 붙잡고 계속해서 눈물만 흘렸다.

두 사람은 고등학교 동창이다. 김무오 씨는 지난 14일 사업을 위해 태국으로 출국했는데, 떠나기 이틀 전인 12일에도 함께 만났던 사이다.

이명진 씨는 "무오가 태국에서 베이커리를 개업하기 위해 나갔다가 변을 당했다"면서 "지난 12일날 보고 돌아오면 다시 만나자고 했는데 이게 어떻게 된 것이냐"고 눈물을 글썽였다.

이어 "무오는 같은 졸업 기수 중에서도 리더십도 좋고 여기저기 친구들을 잘 살피는 정 많은 애였다"면서 "비행기 좌석이 꽤 앞쪽이었던 것으로 안다. 시신도 제대로 수습 안 될 것 같은데 어떡하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태국에 있는 다른 지인이 '무오가 저 비행기에 탔다'면서 연락을 해줬다. 설마 설마 하면서 명단을 봤는데 그 애 이름이 있어서 손 놓고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루빨리 시신도 수습되고 좋은 곳으로 가길 바란다"고 애도했다.

앞서 전날 오전 9시 3분쯤 태국 방콕발 무안행 제주항공 7C2216편이 무안국제공항에서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구조물과 공항 외벽을 들이받고 폭발했다.

이 사고로 승객과 승무원 등 탑승객 181명 중 생존자 2명을 제외한 179명이 숨졌다.

breat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