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역자 가족 몰려 학살 당한 어머니·둘째딸…손배소 승소

6.25 전쟁 당시 군경에 의해 희생
법원 "사회 분위기상 사망신고 못해"

광주지방법원별관의 모습./뉴스1 DB ⓒ News1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1950년 6.25전쟁 당시 부역자 가족으로 몰려 태어난 지 얼마되지 않은 딸과 함께 군경에 의해 희생된 어머니의 유족들이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를 거뒀다.

광주지법 민사12단독 이상훈 부장판사는 고인인 A 씨와 B 양의 가족인 원고 10명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1일 밝혔다.

A 씨와 그의 둘째딸 B 양은 지난 1951년 2월 13일 전남 영광군 홍농면의 한 마을 밭 부근에서 군경에 의해 희생됐다.

B 양은 태어난 지 얼마되지 않아 제적등본조차 돼 있지 않았다. 이들은 A 씨 남편의 부역 혐의로 인해 군경에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재판부는 이들이 전남 영광 국민보도연맹 및 예비검속 사건에 의해 희생된 민간인임을 확인했다.

재판부는 "A 씨의 사망일은 1953년으로 기록됐지만, 당시 사회적 분위기상 부역혐의자로 낙인 찍혀 군경에 의해 살해된 사실이 알려질 경우 유족들에 대한 주변의 핍박이 우려되는 상황이었을 것"이라며 "실제 사망일과 다른 날짜로 사망 신고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둘째딸은 사망 당시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등재되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해당 진실규명사건은 국가비상시기에 국가권력에 의해 다수의 피해자들이 집단적, 조직적으로 적법절차 없이 살해된 사건"이라며 "그 과정에서 가족들에 대한 통지조차 이뤄지지 않아 유족들이 피해자들의 사망 여부나 사망 경위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군경에 의한 이들의 희생이 민간인 학살사건에 해당한다며 정부가 원고들에게 최소 430만 원에서 최대 1억 705만 원 등 총 2억1900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sta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