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된 단원고 또래들의 꿈을 대신 이뤄주고 싶어요"…20대 발길 이어져
9주기 기억식 열린 목포신항에 20대 청춘 발걸음 이어져
취업준비생부터 교사까지…"참사 반복 없애기 위해 노력"
- 이수민 기자
(목포=뉴스1) 이수민 기자 = "우리는 '세월호 세대'니까요. 아직도 교실 텔레비전에서 급박하게 보도되던 뉴스를 잊지 못해요."
4·16 세월호 참사 9주기를 맞은 16일 전남 목포신항에는 희생자 304명을 기리는 추모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방문객들은 거치된 세월호 선체 앞에 멍하니 서서 당시를 회상하거나 두손을 모아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를 올렸다.
그중 가장 눈에 띈 것은 '단원고 또래들'이다. 당시 고교생으로, 지금 스물여섯부터 스물여덟까지의 청춘들. 앳된 얼굴의 추모객들이 눈물을 글썽였다.
20대 추모객들은 하나같이 경기도 안산에 연고가 없다. 세월호 참사 전까지는 단원고 희생자들과 만나본 적조차 없지만 9년동안 그들의 사진과 사연을 접해서 마치 '친한 친구'였던 것처럼 익숙하다고 했다.
취업준비생 남믿음씨(26)도 마찬가지다. 남씨는 함께 교복을 벗지 못하고 혼자만 꿈을 이루고 있다는 '죄책감'과 희생자들에 대한 '책임감'으로 수년째 추모공간을 찾고 있다.
이날 역시도 같은 마음에 광주 서구에서부터 친구들과 함께 목포까지 걸음을 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 이후 '사회복지사'라는 꿈이 생겼다.
그는 "우리는 '세월호 세대'니까 이게 당연한 것"이라며 "당시 학교 교실에서 급박하게 흘러나오던 뉴스를 잊지 못한다. 그때 친구들과 '매년 추모하자'고 약속했다. 9년째 안산과 목포, 진도를 다니며 그 약속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취업준비생 입장에서 하루 통째로 시간을 내 이곳을 찾는 것이 부담일 수도 있지만, 별이 된 또래 친구들을 생각하면 오지 않을 수 없다"며 "그 애들은 꿈을 이루고 싶어도 이룰 수 없지 않냐. 그 친구들이 이루지 못한 꿈을 대신 이뤄주고 싶다. 또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사회복지사가 되기로 했다"고 이야기했다.
9년 전 교복을 입은 학생이었지만, 이젠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새내기 선생님도 이곳을 찾았다.
박유진씨(26·여)는 전남 완도 소안중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그는 "4월이 되면 아이들에게 세월호 이야기를 더 많이 언급한다. 지금 중학생인 아이들은 사고 당시 많이 어렸기 때문에 세월호를 잘 기억하지 못한다"며 "잊혀지면 안되는 일이기 때문에 미래세대가 중요하다. 지난주에 계기교육도 진행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큰일은 하지 못해도, 교사로서 최소한의 기억하는 방식이 교육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면서 평생 이 참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고, 반복되지 않게 하려고 한다"며 "오늘 시간을 내서 이곳을 찾은 것도 생생한 현장감을 아이들에게 전해주기 위해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교사 희생자들의 사연도 익히 알고있다. 그들의 사연을 들으며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나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라는 고민을 해왔다"며 "그들의 희생을 늘 존경하고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앞서 이날 오전 열린 추모식에서는 학생 대표인 이윤하양(18·목포혜인여고 3학년)이 직접 준비해온 편지를 낭독하기도 했다. 당시 10살의 소녀가 19살, 성인을 준비하며 단원고 출신 선배들에게 쓰는 편지다.
이윤하양은 "당시 10살의 어린 아이였던 저는 이제 단원고 2학년 언니, 오빠들보다 더 많은 나이를 먹게 됐다"며 "이 사실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하다. 더 아름답게 만개했을 4월의 봄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 저를 너무 아프게 한다"고 슬퍼했다.
그는 "우리는 그들이 왜 아픔을 겪었어야 하는지, 왜 지금까지 그 아픔이 해결되지 못했는지 우리는 계속 생각해야 한다"며 "9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사람들의 기억에서 차츰 잊히기 시작해도 결코 우리사회는 그 순간을 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breat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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