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발전 입찰시장 '누굴 위해 열리나'…지방 사업자들 위기감

수도권 위주 평가제도 설계…"정부 믿었는데, 거리 나앉게 생겼다"

빛고을연료전지 전경(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뉴스1

(광주· 전남=뉴스1) 조영석 기자 = 정부가 국가 탄소중립 및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도입예정인 수소발전 입찰시장 개설을 앞두고 수도권 위주의 새로운 평가제도 마련에 나서면서 광주·전남지역 수소발전사업자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3일 수소발전 입찰시장 연도별 구매량 산정 등에 관한 고시 제정안을 행정예고한데 이어 올 상반기 안에 수소발전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산업부가 계획대로 올 상반기 중 수소발전 입찰시장을 개설하고 2025년부터 수소발전에 착수한다면 이는 정부 주도하에 개설되는 세계 최초의 수소발전 입찰시장이 된다.

산업부는 일반수소 발전 입찰 시장의 경우 올해부터 2025년까지 매년 1300GWh를 발전 개설 물량으로 정한 뒤 분산에너지 보급 추이와 청정수소 공급 가능성 등을 고려, 일반수소 발전시장을 점진적으로 축소할 방침이다.

대신 청정수소 발전 입찰시장을 2024년부터 개설, 발전에 들어가 수소발전을 통한 수소경제 확산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수소발전 입찰시장 개설을 앞두고 그동안 지역에서 수소발전 사업을 준비해온 사업자들은 사실상 낙찰이 불가능하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력수요에 따른 분산형 수소발전으로 정부정책이 바뀌면서 전력수요가 많은 수도권 위주로 운영규칙이 설계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소발전 입찰시장 관리기관으로 선정된 한국전력거래소(KPS)를 비롯해 한국수소연료전지산업협회에서 몇 차례의 사업자 대상 간담회를 가졌으나 입찰평가에 대한 불신만 더욱 증폭되고 있다.

한국수소연료전지산업협회는 지난 2월 사업자 대상 간담회를 갖고 입찰시장 운영규칙 초안을 담은 'CHPS(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 및 운영계획 설명회' 자료를 배포했다.

광주·전남 수소발전사업자들은 설명회 자료의 '비가격요소 평가항목' 중 '수요지 인근 여부'와 '분산전원 역할'이 지방 및 기존 사업자의 낙찰을 원천적으로 막는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수요지 인근 여부'의 경우 전력수요가 많은 수도권은 6점 만점을 받을 수 있으나 지방 사업자는 ‘0점’ 처리되게끔 설계돼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접속 전원별로 차등을 두는 '분산전원 역할'은 전압이 22.9KV 이하일 경우 8점 만점을 받을 수 있으나 그 이상은 아예 점수를 받을 수 없어 22.9KV 이상의 대용량으로 준비해온 기존 사업자들에게 크게 불리하다는 주장이다.

광주·전남지역에는 광주평동공단과 목포 대양산업단지를 비롯한 광양, 여수, 장흥, 강진 등에 15개 수소발전소가 산업부의 '연료전지발전사업허가'를 받아 들어설 예정이다.

이들 발전소는 154KV의 대용량 수소발전의 허가를 받아 수천억원대의 사업비를 들여 공사를 진행중이거나 준공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정책이 허가 당시와 달리 뒤늦게 소규모 분산형 수소발전으로 바뀌면서 수소발전 입찰시장 개설에 대비해온 이들 수소발전사업자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남지역 A수소발전사업자는 "산업부로부터 지난 2019 '연료전지발전사업허가'를 받아 200KV가 넘는 용량의 발전소 준공을 앞두고 있는데 정부의 새로운 수소발전 입찰시장 평가제도에 따라 기존 허가증이 유명무실한 종이쪽지로 변할 처지"라고 호소했다.

전남지역 또 다른 수소발전사업자는 "정부의 초기 수소산업 육성 및 수소경제 확대라는 방향성을 믿고 막대한 사업비를 투자했는데 하루아침에 거리에 나앉게 생겼다"며 "정책이나 관련법이 바뀌게 되면 경과조치라도 마련해야 하지 않느냐"고 정부정책의 신뢰성을 성토했다.

kanjoy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