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치냐 철거냐…수년째 논란 상무관 '검은비'는 어떤 작품?
정영창 작가, 2018년 오월의 한 풀기 위해 제작
옛 전남도청 원형복원 추진하며 철거 요구
- 이수민 기자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총칼에 희생된 시민들의 시신을 안치했던 상무관에 설치된 정영창 작가의 작품 '검은비(飛)'가 또다시 철거논란에 휩싸였다.
23일 5·18민중항쟁행사위원회 등에 따르면 최근 광주시는 정영창 작가에게 12월31일까지 '검은비' 작품을 회수할 것을 거듭 요청했다.
2018년 5·18 민주화운동 38주년을 맞아 상무관에 제작·설치된 이 작품은 정 작가가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추모 공간인 상무관의 역사적 상징성에 중심을 두고 오월의 한을 풀기 위해 만든 작품이다.
가로 8.5m, 세로 2.5m 규모의 대형 나무 패널에 검은색 유화물감을 칠한 쌀을 붙인 설치작품이다. 쌀 낱알은 희생자 개개인의 생명을, 멀리서 검은색으로 보이는 거대한 캔버스는 추모비를 상징한다.
당시 상무관 프로젝트 '오월 지킴이와 영원의 노래'를 추진하면서 오월어머니 초상화 10점과 함께 5월18일부터 6월17일까지 단 1개월만 전시하기로 계약했었다.
오월어머니 초상화는 전시 후 전체 회수돼 주인공에게 개별 전달됐으나 5·18행사위가 '검은비' 작품의 연장을 요청하면서 이 작품은 광주비엔날레가 종료되는 11월까지 전시 기한을 1차로 연장했다.
이후 2차로 2019년 5월, 3차 2020년 7월까지 총 세번에 걸쳐 전시 연장이 결정됐다. 그 사이 정 작가는 언론 등을 통해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광주시에 작품의 기증 의사를 밝혔지만 시는 '작품의 성격과 규모, 설치상태를 고려해 이전 과정에서 훼손될 우려가 있어 인수할 수 없다'고 회신했다.
'검은비'의 존치 논란이 처음으로 불거진 것은 2020년 8월 오월3단체와 5·18기념재단 등이 철거 요구 성명서를 발표하면서부터다.
옛 전남도청 원형복원 사업에 상무관 원형복원도 포함되면서 당시를 재현하는 공간으로 바꿀 예정인데 복원 방향성과 작품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당장이라도 작품을 철거할 것처럼 오월단체와 시민사회단체 등이 팽팽하게 부딪혔지만 복원공사가 연기되면서 철거 이야기도 점차 사그라들었다.
경찰국과 민원실 등 내부 사진은 많이 부족해 복원에 난항을 겪고, 건물 외형에서 탄흔이 발견돼 정밀조사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또 작가가 병환 등 개인 사유로 독일에 거주해 연락이 어렵다는 이유도 보태졌다.
그러나 지난 7월 문화체육관광부 옛전남도청복원추진단이 옛 전남도청 복원을 위한 총사업비를 466억원으로 증액하고 본격적으로 복원공사를 추진한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광주시와 아시아문화전당, 행사위 등 관련기관은 공동대응하기로 하고 지난 9월 정영창 작가에게 철거를 공식 요청했다.
정 작가는 한국 입국 후 광주시와 만나 '상무관에 설치할 목적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상무관 이외의 장소로의 이전은 불가하며, 복원공사 진행시 협조할 의향은 있지만 복원 후 작품은 원상복귀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시는 작가의 의견을 전당과 행사위 등에 공유했으나 관련 단체들은 이에 협의하지 않았다. 단체는 공동명의로 재차 작품 회수를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작성해 작가에게 전달했다.
정영창 작가는 지난달 28일 중재안을 제출하며 △상무관 복원 콘텐츠에 검은비를 포함시킬 것 △이동·설치 관련한 모든 절차에 작가의 참여와 협의를 거칠 것 △이동·설치에 소요되는 모든 경비를 도청복원비에서 부담할 것 등을 요구했다.
관련단체들은 정 작가의 중재안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과 함께 12월31일까지 작품을 회수할 것을 또 한번 요청했지만 결정이 지체되는 상황이다.
관련 단체는 22일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2018년 최초의 전시를 포함한 수차례 전시연장의 과정에서 정영창 작가는 전시기간이 끝나면 작품을 반출, 철거하기로 직접 자필 서명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2020년 기증의사를 밝히고 광주시에서 기증받기 어렵다고 한 이후로는 2년이 넘도록 작가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며 "올해 9월에 와서 '애당초 상무관에 영구존치를 목적으로 한 작품이기 때문에 철거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명백한 약속 위반이고 과도한 주장이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2023년 오랜기간 논의를 거친 '옛도청 원형복원사업'이 시작될 예정이다"며 "정영창 작가의 작품으로 인해 오랜 숙원사업이 방해받거나 지연되지 않도록 조속히 작품을 회수·이전해달라"고 촉구했다.
breat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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