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강제동원 특별법 제정을…" 이금주 회장 유서 재조명

2003년 강제동원 피해자 진상규명·명예회복 촉구
특별법 제정됐으나 日정부 사죄는 '아직'

지난 14일 오후 광주 서구 천지장례식장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 모습. (근로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제공) 2021.12.14/뉴스1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나는 우리 회원들 모두가 아무런 정부의 조처없이 이대로 저세상 사람이 되도록 결코 내버려 둘 수 없습니다. 유서로 호소합니다…."

일제에 남편을 빼앗긴 한을 안고 일본 정부의 사죄를 촉구하며 평생을 싸워오다 별세한 이금주 태평양전쟁희생자 광주유족회장이 15일 발인하고 영면에 든 가운데 그의 유서가 재조명되고 있다.

이금주 회장은 지난 2003년 유서를 통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담은 '강제동원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당시 84세였던 이 회장은 "나는 이렇게 죽지는 못하겠다. 나를 사랑해주던 남편의 명예가 회복되는 것을 보고서 죽겠다"며 "태평양전쟁 때 희생된 수많은 조선인들의 원혼과 함께 나의 원혼도 구천을 떠돌며 조국의 무심함을 한탄하고 울면서 편히 쉬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왜 우리의 조국은 우리를 이다지도 모른체 하는 것이냐. 왜 아직까지도 우리를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돌보아줄 법안 하나를 제정해주지 못하는 것이냐"며 계류 중이던 특별법 제정을 조속히 제정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우리와 우리 혈육이 일제침략전쟁에 의해 입은 피해에 대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다"며 "우리 노인네들이 빨리 죽어 없어져서 세상이 조용해지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면 절대로 이 법안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의 이러한 헌신으로 일제 강제동원 특별법은 지난 2004년 노무현 정부 때 제정됐다. 이후 정부의 피해 조사도 이끌 수 있었다.

그러나 이 회장과 피해자들의 한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일본 정부의 사죄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제 강제동원 시민모임에 따르면 2021년 현재 일제강점기 국외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평균 연령은 90대에 달한다. 지난해 근로정신대 피해자인 이동련 할머니도 세상을 떠났고 올해 1월 기준 생존자는 2400명으로 전년도 3140명보다 740명 줄었다.

시민모임 관계자는 "해마다 피해자들이 급속히 세상을 떠나고 있는 만큼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받아내기 위한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피해자들의 경험과 기억이 사라지지 않고 다음 세대에 제대로 전승하기 위한 각별한 노력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breat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