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광주' 학살자 전두환·노태우…죽기 전 행보는 달랐다

全 "광주하고 나하고 무슨 상관" 끝까지 발뺌
盧 아들 통해 수차례 사죄…유서 통해 용서 구해

전두환씨가 5·18 민주화운동 관련 피고인으로 지난 2019년 3월 11일 광주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2019.3.11/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무안=뉴스1) 전원 기자 = 1980년 '5월 광주'를 총칼로 진압한 학살의 책임자인 전두환 전 대통령이 23일 사망했다. 5·18학살의 또다른 주범인 노태우 전 대통령이 지난달 숨진 지 28일 만이다.

두 사람은 5·18 이후 41년 동안 광주시민에게 단 한차례도 직접 용서를 구한 적이 없다. 오히려 5·18을 폭동이라고 폄훼하거나 북한군 개입설 등을 주장하며 광주를 조롱했다.

그나마 차이가 있었다면 전씨는 죽을 때까지 사죄는커녕 책임을 부인한 반면 노씨는 가족들을 통해 용서를 구했다는 점이다.

전씨와 노씨는 12·12사태 이후 1980년 5월 광주민중항쟁 과정에서는 자위권 발동 결정과 헬기 지원 등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 이들은 각계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5·18과 관련된 진실은 밝히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은 책임이 없다고 하거나 망언·왜곡을 하면서 광주를 더욱 아프게 했다.

전씨는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조비오 신부를 '가면을 쓴 사탄',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표현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판결을 받았지만 마지막까지 헬기사격은 없었다면서 혐의를 부인했다. 첫 재판장 출석 당시 발포명령자를 묻는 질문에 "왜 이래"라고 말하며 화를 내는 모습도 보였다.

특히 건강을 이유로 재판에 불출석하면서 골프를 치는 모습이 포착돼 국민적 공분을 샀다.

당시 전씨는 5·18에 대한 질문에 "광주하고 나하고 무슨 상관이 있어? 나는 학살에 대해 모른다", "나는 광주시민 학살하고 관계 없다", "발포명령을 내릴 위치에 있지도 않은데 군에서 명령권 없는 사람이 명령을 하느냐"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지난 2019년 12월12일에는 서울 강남의 한 고급식당에서 5·18 광주학살의 책임이 있는 정호용, 최세창씨 등과 호화점심을 즐기는 모습도 보였다.

전씨의 부인 이순자씨는 전씨의 1심 재판을 앞두고 재판부에 대한 불신을 제기, 5·18과 6·10항쟁 등을 깎아내리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씨는 "재판장도 어떤 압력을 받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고, 전씨를 '민주화의 아버지'로 치켜세웠다.

노태우씨의 장남 재헌씨가 지난 2020년 5월 29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있다. 노씨는 '5·18 민주영령을 추모합니다'라고 적힌 화환을 아들을 통해 보냈다. 2020.5.29/뉴스1 ⓒ News1

반면 노씨는 지난 2019년 5월 신군부 지도자의 직계가족 중 처음으로 아들인 재헌씨를 국립5·18민주묘역으로 보내 참배와 함께 사죄의 뜻을 밝혔다.

당시 거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노씨는 '5·18묘역에 다녀와야 한다'는 말을 여러 차례 언급했고 이에 재헌씨가 묘역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헌씨는 같은 해 12월과 지난해 5월, 올해 4월 등 4차례 국립5·18민주묘역을 찾아 오월 영령들에게 참배하고 사죄의 뜻을 밝혔다.

또 오월어머니집, 옛 전남도청 등을 찾아 가족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표명하고, 1980년 5월의 역사를 다시 되짚어봤다.

특히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은 지난해 5월29일에는 아버지의 이름이 적힌 조화를 오월 민주영령에게 직접 헌화했다. 당시 노씨의 조화에는 '13대 대통령 노태우 5·18 민주영령을 추모합니다'라고 쓴 리본이 달렸다.

민족민주열사묘역(망월동 구묘역)을 찾아 5·18 당시 독일 기자였던 힌츠펜터 추모비를 살펴본 후 이한열 열사 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한열 열사 묘에는 미리 준비한 어머니 김옥숙씨의 조화를 올려놓았다.

노씨의 부인 김옥숙씨도 대통령의 취임식 직후인 1988년 2월25일 광주 망월동 묘역(현 5·18구묘역)에 잠들어 있던 이한열 열사의 묘에 헌화하고 참배했다.

노씨는 유언을 통해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그럼에도 부족한 점 및 저의 과오들에 대해 깊은 용서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5·18기념재단과 5월 3단체는 전날 전두환씨 사망과 관련해 오월기억저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전복과 5·18 학살 주범, 민간인 대학살 책임자 전씨가 사과없이 사망했다"며 "전씨의 범죄행위를 명명백백히 밝혀 역사정의를 바로 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jun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