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붕괴참사' 철거업체 불법 증거 삭제했다

경찰, 석면 철거 업체 컴퓨터 하드 교체·CCTV 삭제 확인
22억 석면 철거비가 3억으로 낮아져… 관계자 2명 입건

10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지역 건물 붕괴 현장에서 국과수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전날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붕괴되면서 주행 중이던 시내버스가 매몰,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을 입었다. 2021.6.10 /뉴스1 ⓒ News1 정다움 기자

(광주=뉴스1) 고귀한 기자 = '광주 건물 붕괴 참사'를 둘러싼 경찰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재개발 공사 전반에 걸친 각종 불법의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광주 학동 4구역 재개발 관련, 철거업체로 선정된 A회사에서 증거 인멸 행위를 확인해 2명을 입건했다고 21일 밝혔다.

한 명은 증거 인멸을 지시했고, 다른 한 명은 지시를 따른 혐의다.

A회사는 조합으로부터 B회사와 석면 철거 공사를 공동으로 따낸 뒤 C회사에 재하도급을 준 철거회사다.

A회사는 석면 이외에도 일반건축물 철거에도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 18일 A회사에서 압수수색한 컴퓨터를 조사해 증거 인멸을 한 정황을 확인했다.

해당 컴퓨터에는 하드디스크(HDD)가 교체돼 있었고, 이를 확인할 사무실 CCTV도 삭제됐다.

경찰은 입건된 A회사 관계자 2명을 상대로 교체하기 전 하드디스크 속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등을 집중 추궁하고 있다.

경찰은 석면 철거 공사비가 A회사 등 불법하도급을 거쳐 낮아진 경위에 대해서도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다.

경찰은 석면 해체 비용이 당초 22억원에서 불법 하도급을 거쳐 3억원대까지 낮아진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A회사로부터 불법 재하도급을 받은 C회사는 총면적 3만m²를 3.3m²당 3만원 정도에 공사를 진행했다고 전해진다.

9일 오후 4시 22분쯤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 현장에서 발생한 건물 붕괴 사건 관련 철거 전 모습과 무너지며 시내버스를 덮치는 순간 모습. (포털 다음 지도와 차량 블랙박스 동영상 캡처).2021.6.9/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경찰은 재개발과 철거공사 과정에서의 각종 유착 의혹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은 참사가 발생한 광주 학동 4구역의 철거업체 선정을 주도한 D조합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입건했다.

D조합장은 광주의 다른 재개발 사업과정에서의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가족 등과 이른바 지분 쪼개기를 통해 부당 이득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해당 조합의 고문으로 철거 업체 선정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문흥식 전 5·18구속부상자회 회장에 대해서도 집중 수사하고 있다.

문씨는 참사가 발생하고 철거업체 선정에 개입 의혹이 일자 지난 13일 미국으로 도피했다. 경찰은 문씨에 대한 귀국을 설득 중이다.

이와 함께 재건축사업을 관리·감독하는 기관에 대한 부실도 일부 확인했다.

경찰은 해당 건물의 해체를 허가한 동구청 공무원 2명을 조사 중이다. 또 광주지방노동청에서 관리·감독 의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최근 두 기관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앞서 환경단체는 건물 붕괴 참사가 발생한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현장에서 건물 철거 작업 전 선행돼야 할 석면 철거작업이 진행되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참사 현장에서 원형의 크기와 유사한 석면슬레이트가 발견됐는데 이는 석면철거가 이뤄지지 않은 증거"라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각종 의혹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이날 2명을 포함해 모두 16명을 입건, 조사 중이다.

이 중 2명은 구속했고, 현장 감리자 E씨에 대해선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E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22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진행된다.

지난 9일 오후 4시22분쯤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지역에서 철거 중인 5층 건물이 무너지며 시내버스를 덮쳤다.

이 사고로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 9명이 숨지고, 8명은 중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참사가 발생한 학동 4구역 재개발구역은 2018년 2월 현대산업개발에서 공사를 수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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