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령 300년 천연기념물 푸조나무 100여그루 고사 위기…원인은?
담양 관방제림 고사 진행…지난 겨울 동해로 잎 피우지 못해
주민들 "이런 일 처음"…담양군 11일 생육환경조사 진행
- 박영래 기자
(담양=뉴스1) 박영래 기자 = "검팽나무(푸조나무)가 5월에 잎을 피우지 못하는 건 70평생에 처음 보네요."
천연기념물 제366호인 전남 담양 관방제림의 수령 300년 된 아름드리 푸조나무 100여 그루가 5월 들어서도 잎을 피우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해 겨울 동해를 입으면서 수세가 약해져 잎을 피우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자칫 이대로 고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9일 오후 기자가 직접 둘러본 관방제림의 푸조나무에서는 고사가 진행 중이었다.
관방제림은 담양읍을 지나는 담양천의 북쪽 제방에 있는 방제림으로 홍수피해를 막기 위해 제방을 만들고 나무를 심은 인공림이다.
역사적, 문화적 자료로서의 가치가 커 지난 1991년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부분은 제방을 따라 2㎞가량으로 지역주민들의 휴식처이자 전국적인 관광지로 잘 알려져 있다.
5월 초순이면 푸조나무와 느티나무, 팽나무, 벚나무 등이 만들어준 짙은 녹음사이로 주말이면 수천명이 산책을 즐기는 곳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제방 곳곳에 녹음이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다. 모두 푸조나무 군락이 형성된 곳이다.
어른 둘 이상이 팔을 벌려야 겨우 잡을 수 있을 정도의 굵기를 자랑하는 푸조나무 100여 그루가 아직까지 푸른 잎을 피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후 177그루의 보호수가 각기 명찰을 달고 보호받고 있는 가운데 100그루가 넘는 푸조나무가 모두 고사 직전 상태에 놓여 있다.
참팽나무로 불리는 팽나무와 구분돼 예부터 검팽나무로 불렸던 푸조나무가 하나같이 여름색을 내지 못한 채 연녹색 잎 하나 피우지 못하는 상황이다.
담양읍 주민인 하동옥씨(73)는 "여기서 나고 자랐는데 관방제 나무들이 5월에 잎을 피우지 못하는 것은 올해 처음 본다"고 말했다.
하씨와 함께 산책을 나온 김영권씨(77)도 "어릴 때부터 팽나무 열매를 따먹고 살았는데 올해는 따먹을 수도 없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담양 '국수의 거리'가 시작되는 교량인 향교교부터 관방제 좌안을 따라 형성된 인공림은 1번부터 177번까지 번호가 매겨져 있다.
어른 세사람이 껴안을 정도의 크기인 2번 푸조나무는 아랫부분에 옅은 잎이 몇 개 나오고 있지만 가지 끝부분으로 갈수록 메말라 있다. 바로 옆 3번, 5번 푸조나무 역시 활기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잠시 느티나무의 녹음이 우거졌지만 15, 16, 17번 푸조나무 아래는 그늘이라곤 찾아보기 힘들면서 초여름의 햇볕이 그대로 내리쬐고 있다.
54번 푸조나무 아래서 만난 관광객 홍인호씨(59·전남 영암)는 "이 좋은 곳이 왜 이렇게 나무들이 죽어가는지 이유가 뭐냐"고 취재진에 되묻기도 했다.
홍씨는 "나무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이 뭔지를 찾아봐 달라"고 당부했다.
푸조나무 고사상황이 가장 심각한 곳은 국궁장인 담양총무정 인근이었다.
30m 구간에 조성된 55번부터 66번까지 푸조나무 모두 하나같이 잎이라곤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휑한 모습이었다.
총무정을 이용하는 한 궁도인은 "요맘때면 녹음이 우거져야 하는데 올해는 잎이 나오지 않는다"면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무를 살펴봤다.
그는 "아무래도 지난 겨울 한파로 동해를 입으면서 나무가 수세를 되찾지 못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총무정을 지나 더 상류로 올라가자 이곳은 산불에 타버린 숲을 방불케 했다.
71번부터 101번까지 30그루의 포조나무에서 푸르름이라곤 발견할 수 없었다.
한 주민은 "나무가 완전히 죽지는 않은 것 같은데 이대로 놔두면 곧 죽을 것 같다"면서 "개인적으로 영양제를 사다가 뿌려줄까 생각도 했다"고 전했다.
바로 옆에 300년은 되어 보이는 135번, 152번 팽나무가 짙푸른 녹음을 보여주는 것과는 크게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팽나무와 푸조나무는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추위에 약해 전남이나 전북, 경남, 경북지역에 주로 자생하는 게 푸조나무고, 팽나무는 전국적으로 분포하는 특성을 갖고 있지만 두 수종의 열매는 비슷해 구별하기가 어렵다.
더 상류에 위치한 154번부터 157번 푸조나무 역시 작은 이파리 몇 개만 피우고 있을 뿐 메마른 가지는 모두 비슷했다.
반면 수백년 고목인 176번 느티나무, 177번 팽나무는 여전히 싱그럽다.
담양군은 상황이 심각해지자 오는 11일 관방제림 노거수를 대상으로 생육환경조사를 진행한다.
yr200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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