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형일자리 위기] 1년3개월만에 파기 선언…어쩌다 이지경됐나?
GGM 경영진 선임 잡음·시정자문위·노동이사제 등 갈등
노동계 "노사상생 정신 사라져…현대차 하청공장 전락"
- 박준배 기자
(광주=뉴스1) 박준배 기자 = 문재인 정부 노사상생형 일자리 창출 모델로 주목받은 '광주형 일자리'가 협약 체결 1년3개월여만에 최대 위기에 빠졌다.
노사민정의 한 축인 노동계가 광주형 일자리는 더이상 상생의 일자리 모델이 아니라며 협약 파기를 선언한 게 직접적인 계기다.
하지만 광주형 일자리의 '위기 조짐'은 지난해 완성차공장 합작법인인 '광주글로벌모터스'(GGM) 출범 직전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다.
광주형 일자리는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1월31일 광주시와 현대차가 '사업투자협약서'를 체결하면서 본격적인 닻을 올렸다.
광주시와 노사민정협의회가 합의한 '노사상생발전 협정서'의 적정임금과 노사협력모델을 주요 기반으로 독립 신설법인 설립과 현대차가 투자자의 일원으로 참여하기로 협약했다.
현대차는 경차급 SUV 차종을 신규 개발해 신설법인에 생산을 위탁하고 신설법인은 산단 내 약 19만평 부지에 2021년 하반기까지 가동을 목표로 연간 생산능력 10만대 규모의 생산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완성차공장 합작법인의 총 자본금 규모는 5754억원. 이 가운데 자기자본금은 2300억원으로 1대주주인 광주시가 483억원(21%)을, 2대주주인 현대차가 437억원(19%)을 각각 투자하고 광주은행 등 34개 기업이 나머지 자본금을 출연했다.
자기자본금 외 나머지 자금 3454억원은 재무적 투자자인 국책은행 산업은행이 조달하기로 했다.
협약 체결과 투자자 구성이 마무리되면서 순항하던 광주형 일자리는 지난해 8월 발기인 총회에서 GGM 초대 대표이사로 박광태 전 광주시장을 선임하면서 삐걱거렸다.
1대주주인 광주시는 박 전 시장을 초대 대표이사로 추천했다.
시는 박 전 시장이 세 번의 국회의원을 거치면서 국회 산업자원위원장 등을 역임해 자동차분야에 대한 이해가 높고 중앙정부와 정계, 재계 등 폭넓은 인적네트워크를 갖고 있다며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반면, 지역시민단체와 노동계는 박 전 시장의 일방독주형 업무방식과 비전문성, 반노동·반노조 스타일, 비리 연루 등을 들어 노사민정 사회적 대타협에 반하는 리더십이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2대주주인 현대차가 박광식 전 부장을 이사로 추천하면서 노동계의 반발은 거세졌다.
박 이사는 현대차에서 '대관업무'를 담당한 부장 출신으로 자동차 제조 관련 업무는 해본 적이 없고 반노조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가 반발하면서 법인 출범은 늦어졌고 등기 절차도 지연됐으나 노사민정 협의회를 통해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일단 큰 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불씨가 사그라진 건 아니었다. 지난해 12월 완성차공장 기공식을 앞으고 노동계는 '기공식 불참'을 선언했다.
노동계는 완성차공장 건립과정의 '시민자문위원회' 참여와 노동자 평균 임금 2배 이내의 임원진 급여 책정, 노동이사제 도입, 현대차 출신 이사 경질 등을 요구했으나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광주시는 노동계를 비롯한 시민사회와 실질적으로 협의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기존 시스템을 재정비하겠다며 달랬으나 노동계는 기공식에 불참했고 끝내 갈라섰다.
한국노총 광주본부 등 노동계는 지난 2일 광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형 일자리가 비민주적이고 비상식적으로 추진돼 정치놀음으로 전락했다"며 협약 파기를 공식선언했다.
노동계는 광주시가 사회적 대화와 상생협력의 원칙을 지키지 않았고 투명하지 못한 협상, 공정하지 못한 거래, 비상식적인 인사를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 광주본부는 "문재인 정부의 상생형 지역 일자리는 산업·노사관계 혁신을 통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하고 해외에 나갔던 기업이 돌아오고 새로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게 핵심"이라며 "하지만 현실은 본래의 정신과 의미를 완전히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노동계가 불참을 선언하자 GGM 주주들은 지난 8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노동계의 협약 파기 선언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29일까지 노사상생발전협정서 이행과 정상화가 되지 않으면 사업진행 여부 등의 조치를 주주총회를 개최해 결정하기로 한다'고 만장일치 의결했다.
주주들이 정한 시한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으나 아직까지 노동계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
노사상생이 사라져 광주형 일자리가 현대차 하청공장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고 2년 뒤 공장이 완성된 다음 매몰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느니 차라리 지금 멈추는 게 더 낫다는 게 노동계의 입장이다
광주시와 시민사회, 정치권, 재계, 교육계 등 각계는 노동계의 '노사민정협의회' 복귀를 요청하고 있다.
노동계의 완강한 입장과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되살리려는 각계의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nofatejb@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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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노동계가 '정치놀음으로 전락했다'며 광주형 일자리 사업 불참을 선언했다. 광주형 일자리를 되살리려는 각계의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으나 '노사상생형 일자리모델'인 '광주형 일자리' 사업은 최대 위기에 빠져 있다. 위기에 처한 광주형 일자리의 현황과 갈등 원인, 전망과 풀어야 할 과제를 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