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독립의 횃불 봉송행사서 친일 음악가 노래 연주 '논란'

행사 담당자들 "노래에 담긴 역사적 배경 몰랐다"

19일 오전 전남 순천시청 앞에서 시민과 학생, 주요기관단체장, 보훈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3·1운동 100주년 계기독립의 횃불 릴레이 봉송행사'가 펼쳐지고 있다.2019.3.19/뉴스1 ⓒ News1 지정운 기자

(순천=뉴스1) 지정운 기자 = 전남 순천에서 열린 '3·1운동 100주년 계기 독립의 횃불 릴레이 봉송행사'에서 친일 음악가의 곡이 연주돼 논란이 일고 있다.

순천시와 전남동부보훈지청은 19일 오전 청소년수련관에서 순천시청까지 1.2㎞ 구간에서 '3·1운동 100주년 계기 독립의 횃불 릴레이 봉송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주요기관 단체장과 보훈단체 관계자, 학생, 시민 등 200여명이 참석한 기념식과 봉송행사, 폐회식 순으로 진행됐다.

논란이 된 부분은 청소년수련관 광장에서 열린 개회식 기념공연 중 순천시립합창단 42명이 부른 '희망의 나라로' 때문이다.

이 노래가 연주되자 행사에 참석했던 일부 시민으로부터 행사의 성격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역 사학자인 박모씨(63)는 "이 곡은 일제강점기 일제에 동조해 수많은 군가와 친일가요를 만들어 보급했던 친일음악가 현제명이 작사·작곡한 가곡"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일이 의도적이라고는 보지 않는다"면서 "전체로 봐서는 아주 좋았던 행사라는 점에서, 이 노래 대신 독립과 관련된 노래를 했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현제명은 친일 행적으로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 1007인 명단에 포함된 인물"이라며 "이런 인사의 작품이 정부기관의 공식 행사에 사용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순천시나 보훈청 관계자들은 모두 "노래에 담긴 역사적 배경을 몰랐다"며 당황하는 모습이다.

앞서 지난 2월 전남동부보훈지청은 순천시에 곡명을 지정해 공연을 요청했고, 행사 당일 순천시립합창단은 이 노래를 무대에 올렸다.

전남동부보훈지청 관계자는 "친일 논란이 있는 노래를 행사에 사용한 것은 미숙한 업무처리였다"며 "향후 행사에는 이런 부분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희망의 나라로'는 현제명(1902~1960)이 1930년대에 만든 바장조 4분의 4박자의 가곡이다.

우리 귀에 익숙한 '배를 저어가자 험한 바다물결 건너 저편 언덕에/ 산천 경계 좋고 바람 시원한 곳 희망의 나라로'로 시작한다.

jw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