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여관 참사' 장흥 세 모녀 이웃들 "하늘도 무심"
- 남성진 기자, 한산 기자

(장흥=뉴스1) 남성진 한산 기자 = "여행갔다 올게."
4년전 고향인 전남 장흥으로 돌아와 목공일을 하던 이모씨(40) 부부는 겨울 방학을 맞아 중학생(14)과 초등학생(11) 두 딸을 데리고 전국 여행 계획을 세웠다.
넉넉하지 못한 가정형편으로 이씨는 장흥에 남아 일을 해야 했기에 어머니 박모씨(34)가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떠났다.
아버지 이씨는 못갔지만 힘들게 계획한 여행이기에 세 모녀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여행 닷새째인 19일 서울 종로에 도착했다.
풍족하지 못한 여행경비로 하루 숙박료 1만5000원인 여관에 짐을 풀고 서울의 밤을 만끽했다.
세 모녀는 다음 날 서울 여행을 기대하며 기쁜 마음으로 잠을 청했으나, 그날이 세 모녀에게는 이승에서 마지막 밤이 됐다.
이튿날 새벽 술에 취한 채 성매매 여성을 요구하다가 거절당한 유모씨(53)가 세 모녀가 잠들어 있는 여관 1층 복도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른 화마에 당한 것이다.
사고 소식을 접한 이씨는 처자식의 시신이 안치된 신촌 세브란스 병원을 찾은 뒤 서울에서 피해자 조사를 받았다.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이씨의 이웃들은 "젊은 사람들이 너무 가엽다. 남은 가족은 어떡하냐"며 슬픔을 함께 했다.
이웃들은 이씨 가족이 지근거리에 사는 이씨 부모를 자주 찾아갔다고 기억했다.
이씨의 80대 노부모가 살고 있는 마을의 한 주민은 "아빠가 친척이 하는 목공소 일을 거들면서 열심히 일해 왔다"며 "일이 없을 때는 부모님도 자주 찾아왔는데 이런 일이 닥치다니 하늘도 무심하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그 많은 여관 중 하필 왜 그곳에서 사고가 났냐"며 "시골 산다고 방학 동안 아이들 도시구경 시키려고 갔다가 이게 무슨 일인지 너무 안타깝다"고 밝혔다.
장흥군도 이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고 지원에 나섰다. 군은 이씨에게 생계비, 연료비 등 긴급복지지원비를 6개월간 지급하기로 했고, 사회복지 공동모금회 등을 통한 모금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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