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지자체장 권한대행체제…제도손질 시급하다

전남지사 8개월·해남군수 20개월째…재보선 1회뿐
지방자치법 소극적 권한만 부여…"신분 강화해야"

해남군은 전임 박철환 군수가 구속된 지난 2016년 5월부터 20개월째 부군수의 권한대행체제로 군정이 돌아가고 있다. 해남군청 전경.(해남군 제공)/뉴스1 ⓒ News1

(무안·보성·해남=뉴스1) 박영래 지정운 박진규 기자 = 지방자치단체장 부재에 따른 권한대행체제가 길게는 2년을 넘어가면서 관련 제도 손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2일 전남도와 일선 지자체에 따르면 2017년 5월 이낙연 당시 전남지사가 문재인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발탁된 지 8개월째 접어들었다. 이후 전남지사 자리는 행정부지사가 권한을 대행하고 있고, 이 형태는 오는 7월 신임 지사가 취임할 때까지 계속된다.

해남군도 전임 박철환 군수가 구속된 2016년 5월부터 20개월째 부군수의 권한대행체제로 군정이 돌아가고 있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뒤 재판을 받았던 박 전 군수는 2017년 5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6개월의 형이 확정되면 직위를 상실했다.

무안군도 김철주 군수가 뇌물수수 혐의로 2017년 4월 구속된 이후부터, 보성군도 이용부 군수가 관급공사 수주편의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9월 구속되면서 군수권한대행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지방자치법은 '지자체장의 궐위나 공소제기 후 구금상태에 있거나, 60일 이상 입원 또는 지자체장이 그 직을 가지고 당해 지방자치단체장의 장 선거에 입후보하는 경우에 부단체장이 지자체의 장의 권한을 대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과 형법의 무죄추정원칙에도 불구하고 유죄 확정이 되지 않은 지자체장의 권한대행을 할 수 있도록 한 입법 취지는 지자체 행정의 공백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지자체장 권한대행과 관련한 법률과 시행령은 권한대행의 역할과 업무 등을 소극적으로만 규정하고 있다.

권한대행은 단체장의 권한에 속하는 모든 사무를 처리하지만, 권한대행 중인 부단체장이 또 다른 부단체장을 임명할 수 없다.

해당 기관의 대규모 인사나 국책사업, 논란이 이는 대형사업 등 중요한 의사결정과 관련해서는 권한대행은 통상적인 업무범위를 벗어나는 것으로 판단해 대체적으로 결정을 미루는 실정이다.

이재영 전남지사 권한대행이 21일 오후 담양읍 삼만리 AI 방역 농가초소에서 차량내부에 소독제를 뿌리고 있다.(전남도 제공)2018.1.21./뉴스1 ⓒ News1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군단위 지자체는 전남도서 파견된 4급 서기관이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무늬만 권한대행"이라며 "권한대행 관련한 규정은 신임 자치단체장이 취임할 때까지 조직의 안정적인 관리에 매진하도록 하고 있을 뿐"이라고 분석했다.

더 큰 문제는 선거법 개정으로 권한대행체제가 길어지면서 행정공백과 함께 이에 따른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자치법은 통상적으로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현직 단체장의 사퇴에 맞춰 권한대행이 한두달 정도 행정관리를 할 수 있도록 소극적인 권한과 책임만을 부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15년 7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재보선 횟수가 1년에 2회서 1회로 축소되면서 권한대행체제가 1년을 훌쩍 넘어가는 상황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해남군수의 경우 대법원에서 형이 최종 확정된 게 2017년 5월17일이지만 그해는 대통령선거가 있어 재보궐선거가 실시되지 못하면서 오는 6·13지방선거까지 권한대행체제로 유지된다.

결국 해남군은 2016년 5월 군수가 구속되고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새 단체장이 뽑힐 때까지 무려 2년이 넘는 기간을 권한대행체제로 유지하는 진기록을 작성하게 된다.

경남지사의 경우도 홍준표 전 지사가 지난해 4월9일 오후 11시57분 대선 출마 공직자 사퇴시한을 불과 3분을 남기고 전자문서를 통해 경남도의회에 사임통지서를 전달했고, 경남도선관위원회는 당일 도지사 사임통지를 받지 못해 그해 5월 대통령선거일에 도지사 보궐선거는 치러지지 못하기도 했다.

충북 청주시도 이승훈 전 시장이 지난해 11월9일 대법원에서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직위상실형이 확정됨에 따라, 대전시도 같은달 14일 대법원이 권선택 전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를 확정지으면서 오는 6월 지방선거까지 권한대행체제로 유지된다.

2017년 5월 11일 당시 국무총리 후보자인 이낙연 전남지사가 무안군 삼향읍 전남지사 공관을 나서고 있다. 2017.5.11/뉴스1 ⓒ News1 남성진 기자

이처럼 현행법과 규정 때문에 권한대행체제가 길어지고 있지만 정무적·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사안들을 추진하는 게 쉽지 않고, 정기인사 역시 큰 변화를 주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남지역 정치권 인사는 "여러 지자체장이 모이는 협의회 등에서 권한대행은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어 지역의 위상 자체도 추락하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단체장의 오랜 부재에 따른 부차적인 부작용들도 나타나고 있다.

전남도청 인근에 자리한 전남지사 관사(공관)의 경우 8개월째 비어 있다. 도지사 외는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되면서 한옥 형태로 지어진 관사는 오랜 기간 사람이 살지 않아 건물손상이 진행 중이다.

도지사 집무실은 간부들의 회의장소와 외빈 방문 시 의전용으로 이용될 뿐이고, 단체장의 전용차량인 '1호차'는 외빈 의전용으로 가끔 이용되는 수준이다.

때문에 지난해 10월 전남도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저도 권한대행 해봤는데 다들 정무부지사로 보더라. 도의회 동의를 받는 조건으로 취임도 하라. 도지사 집무실도 쓰지 않으면 부지사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며 권한대행의 위상 강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이재영 전남지사 권한대행은 최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권한대행이 도지사 관사나 집무실 사용 등은) 우리사회 통념상 이해될 수 없고 규정도 없다"며 "권한대행의 책임행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보다 구체적으로 관련 규정이 먼저 정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yr2003@